김민석 국무총리가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통해 내란에 가담한 공직자를 조사하고, 설 전에 인사조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특검에 의존할 게 아니라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뜻을 같이했다. 이는 내란에 협조한 공직자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표명이다.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는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한 명백한 내란이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을 비롯해 국정원, 소방청 등이 군과 협력하거나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는 정황과 증거가 다수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공직에 남아 있고, 일부는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는 내란청산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특검이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가담자를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이 사법부는 내란 관련 핵심 인물들의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고 있으며, 지귀연 부장판사가 이끄는 내란 재판부는 “연내 종결” 약속을 뒤집고 재판을 내년으로 미뤘다. 이런 사법부를 국민이 신뢰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직접 나서 공직사회의 내란청산을 서두르는 것은 정당하고 시급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과도한 내란몰이”, “정략적 보복”이라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질서를 무너뜨린 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어찌 정략일 수 있는가. 헌법 파괴를 방조한 자들이 권력기관에 남아 있는 현실이야말로 비정상이다.
역사가 보여주듯, 청산을 미룬 대가는 언제나 참혹했다. 해방 이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폭력으로 해산되었을 때, 그 배후에는 이승만과 친일세력이 있었다. 그 결과 친일·독재 세력은 처벌받지 않았고, 그 후손들은 오늘날까지 권력의 주류로 남았다. 지금의 내란청산은 단순한 과거사 정리가 아니라, 청산을 미룬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해방 이후 친일세력을 단죄하지 못한 결과가 군사독재와 국가폭력으로 이어졌듯, 이번에도 내란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세력을 제때 바로잡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은 또다시 흔들릴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공직사회에 대한 신속한 청산을 추진하는 한편, 사법부 등을 비롯한 주요 기관 역시 내란의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란 가담 세력은 행정기관에만 있지 않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내란의 흔적을 철저히 밝혀내고, 헌정질서를 훼손한 자들에 대해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