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으로 전 세계 민중의 고통이 극심하다. 그렇기에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는 증상을 완화할 뿐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노동계급의 약화를 선택한 정치세력에서 문제 핵심을 찾고 이에 맞설 수 있도록 노동자가 가졌던 시장에서의 조직적인 힘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코뱅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How Sweden’s Social Democrats Abandoned the Working Class
스웨덴이라고 하면 잘 정리된 복지국가가 떠오를 것이다. 높은 교육 수준, 낮은 불평등, 세련된 가구가 놓여진 집안이 떠오를 것이다. 틀린 이미지는 아니다. 스웨덴은 20세기 내내 번창했고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사회 중 하나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평등한 국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의 스웨덴에서는 불평등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자산이든 실물자산이든 자산만 놓고 보면 스웨덴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불평등한 국가다. 미국보다도 더 불평등하다. 인구 대비 달러 억만장자 수도 미국보다 많고, 이들이 장악한 국내총생산 비중도 주요 선진국보다 크다.
그러나 스웨덴의 사회계약이 완전히 붕괴하지는 않았다. 임금 노동자 간 소득 격차가 최근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된 덕에 전체적인 불평등 수준이 아직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질서마저 흔들리고 있다. 노동자 간 격차가 뚜렷해지고 불평등이 전 계층으로 퍼지고 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임금 노동자의 균열
2000년대 내내 세계의 불평등은 주로 ‘상위 1% 대 99%’로 설명됐다. 극소수 부유층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머지 99%가 그 대가를 치른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구도는 여전히 이것만 보면 많은 서구국가의 불평등 확대를 설명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그것만 보면 99% 내부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균열이 가려져서 불평등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다수 시민 간의 격차는 전체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규정하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근본 특징은 명확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해야 한다. 타인의 노동이나 자본소득에 의존해 살 수 있는 소수의 계층과는 다르다. 이 거대한 다수는 보통 하나의 집단으로 묶이지만, 내부 격차가 커지면 이해관계의 연대가 약해지고 정치적 결속력도 흔들린다.
그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노동자를 중산층과 노동계급으로 나누곤 한다. 두 계층의 핵심 차이는 노동의 상대적 가치다. 노동의 가치는 곧 협상력이다. 노동 공급이 적거나 수요가 많으면 협상력이 오른다. 이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교육 수준과 숙련도다.
노동계급은 대체로 저숙련 산업에 집중돼 있다. 협상력을 높이려면 정부 규제, 단체협약, 노동조합, 정치력을 필수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반면 중산층은 높은 교육 수준과 전문성 덕에 노동시장에서 폐쇄적인 독자 영역을 형성하며 경쟁을 줄이고 협상력을 확보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스웨덴 노동시장에서 노동계급이 의지해 온 이 집단적 장치들은 약화됐고, 그 결과 노동계급의 지위가 크게 흔들렸다.
스웨덴 노동계급의 악화된 조건
2000년대 초 스웨덴의 실질임금은 연평균 2.1%씩 상승했다. 국제 기준으로도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금 상승이 크게 불균등해졌고 2017년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은 평균 0.8%로 둔화됐다. 그러다가 2022년과 2023년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임금은 각각 5.8%, 4.8% 떨어졌다.
문제는 이 충격이 계층에 따라 달랐다는 점이다. 노동계급의 실질임금 상승은 2017년에 사실상 멈췄다. 2022년의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노동계급의 임금은 7~9년 전으로 돌아갔다. 반면 중산층이 잃은 것은 2~3년에 불과했다. 이미 존재하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노동시장의 변화도 격차를 키웠다. 서구에서 비정규직 증가가 논란이었고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0년대 비정규직 비율은 10%였지만 2020년대에는 15%에 이르렀다. 게다가 양 계층 모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2000년대 들어 중산층의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비정규직이 폭증한 집단은 노동계급이다.현재 스웨덴 저숙련 노동자 3명 중 1명, 그러니까 33%가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중산층에서는 10%에 불과하다.
1%와 99%만으로 불평등의 확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노동계급은 어쩌다가 중산층보다 더 뒤처지게 됐을까? 스웨덴 사회 내부의 변화가 불평등을 키우고 노동자 계급의 힘을 약화시킨 것이 핵심 원인이다.
노동계급의 힘이 붕괴된 이유
스웨덴 사회학자 발터 코르피는 1970~80년대에 ‘권력자원 이론’을 제시했다. 권력자원 이론은 자본과 노동 간 힘의 균형이 복지국가를 만들고 복지국가가 다시 노동의 힘을 강화한 과정을 설명한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스웨덴이 평등을 확대하고 노동자 계급의 힘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구조적 권력자원’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구조적 힘은 노동조합, 대중정당, 대규모 사회운동 같은 '집합적 권력자원' 위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신자유주의로 선회하면서 규제 완화, 긴축 정책, 공공 부문의 축소·민영화가 추진됐고 노동계급을 지탱하던 권력자원이 흔들렸다. 사회민주당은 완전고용 목표를 버리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했다. 195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유지되던 1~3%의 낮은 실업률은 갑자기 12%까지 치솟았다. 지금도 실업률은 약 9%로 EU 최고 수준이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 고용보호법도 약화됐다. 1970년대 올로프 팔메 정부가 경제 불안정에 대비하려고 도입한 강력한 비정규직 규제는 2010년대에 이르러 OECD 최약 수준이 됐다.
실업보험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겐트 방식은 국가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실업보험을 운영하는 제도라서 실업급여와 노동조합의 결속을 강화했지만 2000년대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정부는 실업률이 높은 업종의 보험료를 집중적으로 인상했다. 실업이 많은 노동계급이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됐다. 결국 많은 노동자가 실업보험·노조를 모두 떠났고, 동시에 노동계급의 구조적·집합적 힘이 약화됐다. 1990년대 노동계급의 노조 조직률은 85%였지만 지금은 55%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시기 중산층의 조직률은 74%다.
사회민주당 내부의 변화도 결정적이었다. 사민당은 1990년대 이후 중산층 중심 전략을 선택하고 자본과 중산층의 요구를 우선하며 노동계급을 “곧 사라질 집단”으로 취급했다. 그 결과 1994년에는 노동계급의 70%가 사회민주당을 지지했지만 2022년에는 35%만이 사민당을 선택했다. 떠난 것은 노동계급이 아니었다. 먼저 등을 돌린 쪽은 사회민주당이었다.
스웨덴이 남긴 경고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추락은 세계 진보 진영에 분명한 경고를 남긴다. 불평등은 1%의 질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래에서 밀려난 계급의 쇠퇴가 함께 봐야 할 이야기다. 스웨덴의 사회계약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살피면, 노동계급과 그들을 대변해 온 정당이 왜 서로 등을 돌리게 됐는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단절을 어떻게 되돌릴지, 그 실마리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