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부가 14일 내놓은 공동설명자료(팩트시트)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안보 관련 공약들이 담겼다.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에 관한 세부 설명은 그 동안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른바 '동맹현대화'라는 명목으로 합의한 사안들은 놀랍기 그지없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향후 10년간 주한미군에 330억 달러(48조원)를 지원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36조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금액인데 이와 관련한 설명은 팩트시트 발표 이전까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후 브리핑에서 330억 달러는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과 토지, 전기, 수도 등 직간접 비용을 모두 계량화해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 주둔비 지원금이 10억 달러 수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이와 같은 계산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소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억지를 써 온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비용 산정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국방비를 '조속히' GDP 대비 3.5%까지 늘린다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정부는 매년 8%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하겠다는 입장인데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설명하지 않았다. 증액된 국방비가 어디로 갈지는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와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36조원)를 쓰겠다는 합의에 담겼다.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사고,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며 다양한 헬기를 사들이는 게 그것이다. 결국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부담을 떠넘기고, 이를 통해 자국의 군수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의도에 순응한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큰 비용을 들여 나아가려는 방향이다. 한미는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처하고, "양안 문제에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천명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견제를 공식화했다.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반대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군수산업에 더 깊이 포섭되는 건 자주국방이라는 방향과도 어긋난다. 이런 식이면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역시 대미 종속을 가속화해 역내의 갈등만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