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지난11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청중을 맞이하고 있다. 2025.11.05 ⓒAP
교황 레오 14세가 1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가난한 이들의 희년’ 미사에서,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들으라”며 전쟁과 불평등의 시대에 책임 있는 이들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미사에는 세계 각지의 노숙인, 난민·이주민, 빈곤층 가정, 장애인, 장기 실직자, 그리고 가난과 배제를 함께 겪고 있는 성소수자 등이 함께해 교황의 ‘소외된 이들 우선’ 원칙이 그대로 드러났다. 교황은 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미사 후에는 일부 초청자들과 오찬을 함께 나눴다.
교황은 강론에서 전례력 말미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짚으며 “주님의 날은 가난하고 겸손한 이들이 마침내 응답받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말라키 예언자가 말한 ‘정의를 비추는 태양’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억압과 고통 속에서도 “한 올의 머리카락도 잃지 않게 하신다”며 하느님이 일관되게 작은 이들의 편에 서 계심을 강조했다. “예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오셨다”는 교회의 근본적인 소명을 되짚었다.
“가난의 중심에는 외로움이 있다… 배제의 벽을 허무는 교회 되어야”
교황은 오늘날 가난이 단순히 물질적 빈곤을 넘어 “도덕적·영적 빈곤, 특히 외로움이라는 심연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가정·일터·학업·디지털 공간 등 삶의 모든 자리에서 ‘관심의 문화’를 실천해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의 전쟁은 인간에게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는 거짓된 무력감”을 주입한다고 했다. 그러나 복음은 그 격변 속에서 “주님께서 오신다”는 희망을 건넨다며 교회 공동체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구원의 표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국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정의 없는 평화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교황은 난민·이주민 문제, 경제적 배제를 예로 들며 “복지와 번영의 신화가 수많은 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밀어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봉사자들에게 “사회적 양심의 비판자 역할을 계속해 달라”며 가난이 단순한 사회학적 범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살 그 자체”임을 상기시켰다.
“종교적 은둔에 갇힌 신앙에서 벗어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 걷자”
교황은 “신앙을 자기 안에 가두는 종교적 은둔은 하느님 나라를 찾는 길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모든 인간이 존엄을 보장받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실천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숙인의 수호성인 성 베네딕트 조셉 라브레를 언급하며 “가난한 이들과 가장 가까이 머무는 성인의 삶을 본받자”고 당부했다. 또 성모 마리아의 ‘마니피캇’을 인용하며, 하느님이 낮은 이들을 들어 올리시는 선택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가난한 이들의 희년’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 만드는 해로 삼자”며 상처를 싸매고 용서하고 위로하며 치유하는 교회의 길을 열자고 강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