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젊은 노동자] 오늘도 달리는 배달 노동자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비가 오는지, 날은 추운지 날씨부터 확인한다. 요즘 들어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출근 복장이 방한복으로 바뀌었다. 주 7일,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노동하는 나는 배달 노동자다.

분명 노동을 하는데 노동자가 아니라고요?

지금도 거리에 나가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배달 노동자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직업군 중 하나이다. 분명 ‘쿠팡이츠’나 ‘배달의 민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회사로부터 일감을 중계받아 가게로부터 고객으로 음식을 전달해 주는 분명한 ‘노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 그래서 노동자라면 응당 적용되어야 할 근로기준법조차 대부분은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저시급, 주휴수당, 초과 근무 수당, 퇴직금, 휴가, 4대 보험 중 일부(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은 배달 노동자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김영학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 ⓒ필자 제공

수많은 변수가 작동하는 도로에서 대부분의 노동을 하는 우리는 어떤 위험과 변수에도 똑같이 일한다. 비가 오면 미끄러움과 시야 방해로 인해 위험하고, 눈이 오면 눈길에 미끄러지기 일쑤다. 여름엔 폭염 때문에 헬멧 속 얼굴이 녹아내릴 것 같고, 겨울엔 오토바이에 매달려 칼바람을 견디며 달려야 한다. 그렇게 위험을 견디며 달려도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대부분 배달 노동자 개인의 몫이다. 법적으로 우리는 ‘개인사업자’라 플랫폼은 늘 말한다. 그래서 사고를 당해도 산재 처리는 어렵고, 보험 처리가 된다 하더라도 소득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하루라도 쉬면 바로 수입이 줄기에 몸이 아파도 참고 일해야 한다, 안전과 생계 중 끝없는 갈등 속에서 불안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고 유발하는 플랫폼 기업

소위 ‘점심피크’, ‘저녁 피크’라고 불리는 콜량(주문량)이 많아지는 특정 시간대에는 플랫폼에서 미션을 띄운다. 특정 시간 안에 해당 건수 이상의 배달을 달성하면 특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배달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미션으로 보이나 실상은 다르다. 예를 들어 전날 저녁 시간대에 3시간 동안 12건을 달성하는 미션을 달성했다면 다음날에는 3시간 동안 13건을 달성해야 하는 미션이 들어와 있는 식으로 점점 어려운 미션을 부여한다. 심지어 얼마 전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3시간 반 동안 18건을 달성해야 하는 미션이었다. 약 11분에 1개꼴로 배달을 완료해야 달성할 수 있는 미션인 것이다. 심지어 퇴근 시간에 들어온 미션이라 도로 상황상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미션이다.

플랫폼 기업의 미션 강요는 단순히 ‘빨리 배달하라’는 주문을 넘어서, 배달 노동자의 사고 위험을 체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런 미션이 선택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생계의 문제라는 점이다. 최저시급은 매년 오르지만 배달 노동자들의 수입인 기본 배달 단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배달 노동자에게 남은 추가 수익 창출 수단은 프로모션과 미션 달성뿐이다. 결국 많은 배달 노동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미션을 수행해야만 하루 벌이를 맞출 수 있는 구조로 내몰린다. 하지만 높은 난도의 미션을 따라가다 보면 신호를 무시하게 되고, 과속을 반복하며, 안전거리 확보 같은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기 어려워진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삶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은 늘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라이더님께서 자유롭게 선택하신 거예요.”

고객에게 늦게 도착했다고 페널티를 주면서도, 막상 사고에는 책임이 없다는 식이다. 최소한의 위험관리 장치조차 없는 채찍만 존재하는 구조, 그것이 오늘날 플랫폼 배달 노동의 민낯이다.

태풍에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오토바이들이 장대비를 뚫고 힘겹게 길을 재촉하고 있다. 2020.08.10 ⓒ김철수 기자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초장시간 노동과 매일 반복되는 사고의 위험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는 순간마다 ‘혹시 오늘은 내가 사고의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마음을 짓눌렀다. 하지만 플랫폼은 모든 책임을 개인의 선택이라 말했고, 사고가 나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해답은 하나였다. 우리가 직접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모아 함께 싸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배달플랫폼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우리의 노동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기본 배달 단가는 계속 떨어지며, 알고리즘은 불투명하게 작동한다. 배달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 과속과 위험을 강요하는 미션 시스템, 산재 적용 확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아직 많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배달 노동자들이 직접 만들어낸 성과도 존재한다.

지난 13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배달 노동자의 유상운송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우리 노동조합이 끊임없이 요구해 온 법안이 마침내 통과되어 시행을 앞두게 된 것이다. 더불어 안전교육 의무화까지 포함됨으로써, 우리는 보다 안전한 일터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다.

이렇듯,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배달 노동자들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오늘도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배달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 위험과 불안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일이 더 이상 개인의 희생으로만 남지 않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미래다.

오늘도 우리는 달린다. 그리고 내일을 향해, 더 안전하고 존중받는 노동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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