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메뉴로 나온 ‘반미’ 언급도 고발감? 교사·공무원이 겪는 믿기 힘든 ‘입틀막’

[교원·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은 어디로1] 토론 사라진 교실, 정의도 말 못 하는 공무원

초등학교 교사 황윤길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로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은 날 찍은 사진. ⓒ황윤길 씨 페이스북

올해로 28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황윤길 씨는 지난 4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범죄 일람표에는 황 씨가 지난 1년여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공간에 적은 글 중 일부인 42개의 글이 ‘범죄 목록’으로 빼곡히 나열돼 있었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지적하고, 12.3 비상계엄에 분노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던, 지난겨울 대다수 시민이 썼을 법한 일상적이고도 짤막한 글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황 씨의 이 같은 글을 하나하나 저장하고,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한 정치적 행위를 했다며 고발한 것이다.

문제가 된 42개의 글 중에는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학교 급식 메뉴로 반미 샌드위치가 나온 사진을 올린 게시물도 포함됐다. 접경지역 주민인 황 씨가 동네를 오가는 버스노선이 일방적으로 폐지된 데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담은 글 역시 범죄 일람표에 기재됐다. 교통 소외 지역에 사는 주민의 입장에서 버스 노선 감축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취지의 글에 국민의힘 시의원은 대뜸 전임 시장 책임으로 돌리며, “선생님을 하든지 정치를 하든지, 편향된 교육이 될까 걱정”이라고 비난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경찰 조사를 받으며 황 씨는 42개의 글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의미로 작성한 것인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답해야 했다. 7월과 8월 두 차례의 경찰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은 무혐의. 경찰은 “피의자는 국가공무원법 주체에 해당하기는 하나, 피의자가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SNS를 여럿이 모인 장소로 볼 수 없는 점, SNS에 게시된 글을 문서·도서·신문 또는 그 밖의 간행물로 포섭할 수 없는 점으로 보아 피의자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고발 사건은 불송치로 마무리됐지만, 황 씨의 상처는 아물지 못했다. 황 씨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주장을 하는 것은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는데, 교사이기 때문에 안 된다며 고발당하니 충격이 컸다”라며 “이게 고발이 되는구나, 아이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공간에서 일반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못 한다는 것은 사회인으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떤 사람이 제가 쓴 글을 이렇게 캡처까지 해가면서 의미를 부여하면서 읽고 저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쉽게 글을 쓰지 못하겠다. 최근에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고도 말했다.

황 씨는 토론이 사라져 버린 교실의 현실을 전하며, 교사들에게도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간절히 당부했다. 그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정치에 대해 주입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실 공간에서도 정치적인 토론과 합의하는 과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사가 동기 유발도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위축되어서 못 하고 있다”며 “초등학생 아이들만 하더라도 ‘중국인이 자기를 잡아간다’며 중국인 혐오 발언을 많이 하곤 한다. 초등학생 아이들한테는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중·고등학교만 가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 정치 성향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본다. 아이들이 잘못된 것을 하고 있는데도 교사가 얘기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계엄 비판하고, SNS에 집회 참석 사진 올렸다고 신고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비난했다가 고발당하기도


경기 양주시가 고강도 공직기강 확립 특별감찰에 나서며 보낸 공문 일부. ⓒ공무원노조

황 씨와 유사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비상계엄 국면을 거치며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일체 금지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이용해 이들의 입을 막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 성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윤리 교사의 계엄 관련 비판과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SNS 게시물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며 신고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었다. 당시 상황을 확인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의 설명에 따르면, 윤리 교사 A 씨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시기 SNS에 집회 참석 사진을 올리자, 학생 B군이 ‘교사인데 이렇게 하는 건 정치 중립 위반 아닌가’라는 취지의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A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공간에서 내 의사를 밝히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으면 연락해도 된다. 같이 얘기해 보자’며 토론을 제안했지만, B 군은 ‘그렇게 할 의사는 없고, 엄연히 선생님이 잘못한 것’이라는 취지로 거부했다고 한다. 이후 B 군은 자신이 활동하던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 A 씨의 SNS 게시물과 수업 중 나온 계엄이 불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올리며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교조 경기지부 허원희 정책실장은 “교사가 고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한테 사회 현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토론 주제로 던져주면서 생각의 간격을 좁혀가는 과정이 이뤄져야 하는 게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런 교육조차 안 된다면 정말 입시를 위한, 정답만을 가르치는 교육밖에 안 남는 것”이라며 “선생님께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고민이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들에게 정치기본권이 주어지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도 같은 처지다. 전국공무원노조(공무원노조) 이강국 광명시부장은 윤석열 정권의 폭정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10월 윤석열 퇴진 광명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정책을 규탄했다가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이 지부장은 “흔히 공무원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의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공무원은 정치기본권이 없으니 ‘가만히 있으라’고 할 게 아니라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말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경기도 양주시는 정치적 중립 의무 특별 감찰에 나서며, ‘탄핵 찬성 또는 반대 집회 등에 단순히 호기심 또는 자녀의 민주주의 교육 참관 차원에서 참여한 경우’나, ‘SNS에 제3자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재댓글을 작성한 경우에도 조사는 불가피하다’며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무원노조 명의로 법원 청사 담벼락에 윤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었다가 ‘공공기관에서 정치적 성향이 있는 현수막을 설치해도 되나’라는 민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해외 주요 국가 대부분은 정치기본권 보장
선거 때마다 정치기본권 공약하지만,
여전히 진전없는 국회 논의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되찾자 정치기본권! 책임져라 소득공백! 공무원노조 간부결의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08 ⓒ민중의소리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인 의사와 활동 등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현행 법에 있다. 대표적인 조항으로는 국가공무원법 65조가 꼽힌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한 이 외의 정치적 행위는 대통령령(국가공무원 복무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목적을 가진 정치적 행위가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문제는 앞선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정치 상황과 관련된 일반적인 수준의 발언도, 업무와 무관한 행위도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교사와 공무원을 징계하거나 처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교사와 공무원은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고, 정치자금법에 따른 정치자금 후원도 불가능하다. 선거 출마는 직을 그만두고 나서야 가능한데, 초중등 교육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교육감 선거에 정작 해당 사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직 교사는 출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과는 동떨어진 교육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는 게 교원단체의 공통적인 문제의식이다.

반면, 해외 주요 국가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미국은 정치 문제 및 후보자에 대한 의견 표시도 가능하게 하고, 프랑스의 경우 공무원의 의원 출마가 가능하며 당선되더라도 공무원의 신분이 보장된다. 스페인은 공무원은 중립성을 유지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규정 외에 정치 활동에 관한 규제 자체가 없으며, 스웨덴과 스위스, 캐나다의 경우에는 업무상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면 개인의 정치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 정권 시절 교사와 공무원을 조직적으로 부정선거에 동원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이 취지가 잘못 해석되면서 지금까지 교사와 공무원을 옥죄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연합(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과도한 정치활동 제한을 지적하며 관련 법 개정을 여러 차례 요구한 바 있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오래된 요구다.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나온 공약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22년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 과정에서 “근무시간 외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조속한 법 개정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국회에도 관련 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국회 앞 농성에 나섰지만,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지금까지 국회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 최선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당시 전교조가 법외노조였다. 대통령 공약으로 합법화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지방선거 때문에 유보됐고, 끝내 (대통령이 아닌 대법원의 판결로) 임기 후반부에야 합법화됐다”라며 “이번에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지방선거까지 미뤄지면 점점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선 1년 차 가장 힘이 강할 때 통과시키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고 우려했다.

공무원노조 박중배 대변인도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올해가 기회일 수밖에 없다”며 “이것은 시혜를 베풀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고, 그동안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아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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