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빈민의 딸에서 국가의 상징으로… 뮤지컬 '에비타'

33곡이 이끄는 드라마틱한 생애의 재해석… 14년 만에 돌아온 명작 '에비타'

뮤지컬 '에비타' 공연 사진 ⓒ블루스테이지

영국의 작사가 팀 라이스와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뮤지컬 '에비타'는 'Don't Cry for Me Argentina(날 위해 울지 마세요, 아르헨티나)'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1978년 웨스트엔드 초연 당시 로렌스 올리비에상과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을 거머쥐며 자리를 굳혔고, 1996년 동명 영화는 오스카 주제가상, 에미상까지 수상하며 세계적 명작으로 입지를 다졌다.

뮤지컬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었던 에바 페론(Eva Perón)의 생애를 중심에 둔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사생아가 국가의 퍼스트레이디가 되기까지의 삶은 뮤지컬적 장치와 만나 더욱 극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명확한 이야기 구조와 아름다운 음악이 결합해 강한 몰입을 이끌어낸다.

성스루 형식이 만드는 밀도 높은 무대


막이 오르면 1940년대 아르헨티나 정치 상황이 자막으로 제시된다.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관객에게 일정한 배경지식을 전달하는 장치다. 뮤지컬은 모든 대사를 노래로 풀어내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을 취하며, 감각적인 33곡이 공연을 촘촘하게 채운다. 30명에 달하는 앙상블은 당시 사회 분위기와 군중의 흐름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한다.

이야기의 진행은 '체(Che)'라는 인물이 맡는다. 실존 인물인 체 게바라의 모습을 빌려온 캐릭터이지만, 작품에서는 해설자이자 관찰자로 등장하는 가상의 요소가 더 강하다. 그는 에바 페론의 명성과 추락을 날카롭게 비추며 극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뮤지컬 '에비타' 공연 사진 ⓒ블루스테이지

무대 전체는 흑백의 무채색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무대 중앙의 거대한 연단과 에바의 동선이 시선을 집중시키며, 퍼스트레이디를 넘어 정치 중심에 섰던 인물의 상징성을 강조한다.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의 성녀로 불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비판받아 온 인물이다. 극은 이처럼 극단적 평가가 공존하는 인물을 무대 한가운데 두고 그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드러낸다.

상반된 평가를 받는 한 여성의 생애


에바는 시골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 편견과 가난 속에 놓여 있었다. 더 나은 삶을 꿈꾼 그는 우연히 마을을 찾은 탱고 가수 마갈디를 따라 대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한다. 무명의 영화배우로 출발한 그는 여러 남성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위치를 점차 끌어올렸고, 마침내 노동부 장관이던 후안 페론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대중을 사로잡는 언변과 사교성, 화려한 외모로 에바는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고 후안 페론은 대통령에 당선된다. 에바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에바 페론 재단을 설립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펼치지만, 악화되는 국가 상황 속에서 부통령을 꿈꾸는 야망 또한 드러낸다. 그러나 그의 삶은 33세에 찾아온 병으로 갑작스레 마무리된다.

14년 만에 돌아온 명작, 인물의 재해석에 집중


2025년 삼연으로 돌아온 '에비타'는 정치적 서사보다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하는 연출 방향을 택한 듯 보인다. 하지만 에바 페론의 삶이 아르헨티나 정치사와 분리될 수 없는 만큼 극은 자연스럽게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담아낸다. 작품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정치사 속 인물을 오늘의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서사로 재탄생시키는 힘,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굴곡진 역사를 한 여성의 드라마 속에 녹여내는 방식에 있다.

뮤지컬 '에비타' 공연 사진 ⓒ블루스테이지

2006년 한국 초연 당시 배우로 참여했던 홍승희 연출이 이번 무대를 이끌며, 김문정 음악감독이 다시 참여해 깊이 있는 음악적 완성도를 더한다. 에바 페론 역에는 김소현, 김소향, 유리아가 서고, 내레이터 '체'는 마이클 리, 한지상, 민우혁, 김성식이 맡았다. 군인 출신의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 역에는 손준호, 윤형렬, 김바울이 캐스팅됐다.

뮤지컬 '에비타'는 2026년 1월 1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에비타'

공연 기간: 2025년 11월 7일(금) ~ 2026년 1월 11일(일)
공연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 홀
공연 시간: 화·목 19:30 / 수·금 15:00, 19:30 / 토 14:00, 18:30 / 일 15:00 (월 공연 없음)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관람연령: 초등학생 이상
스태프: 작사 팀 라이스, 작곡 앤드루 로이드 웨버, 연출 홍승희, 안무 서병구, 음악감독 김문정 외
출연: 김소현, 김소향, 유리아, 마이클 리, 한지상, 민우혁, 김성식, 손준호, 윤형렬, 김바울 등
문의: 클립서비스 1577-3363
예매: NOL 티켓(인터파크 티켓), 예스24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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