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재판이 결심을 맞았다. 내란특검은 한 전 총리가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의한 내란 범행에 있어서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올바른 정책 결정이 내려지도록 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 국무총리가 오히려 이에 가담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며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응당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재판에서 드러난 한 전 총리의 행적에 대해서는 감추기 어려운 분노와 역겨움을 느끼게 된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에 모여 윤석열의 구상에 대해 알게 됐다. 그러나 그가 계엄을 말리는 걸 보거나 들은 사람이 없다. 그래 놓고도 그는 재판 내내 자신이 계엄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으며', '이를 말렸다'고 주장했다. 실제 증거로 드러난 사실을 보자면 그는 계엄포고령을 받았고, 이를 확인했으며, 국무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조언한 데 이어, 뒤늦게 도착하는 국무위원들을 채근해 합법적 외피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래놓고도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역사적 법정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마지막 고백"이라고 주장한다. 그에게는 부끄러움이 없다.
재판의 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계엄 이후 한 전 총리의 행위는 그의 '고백'이 거짓말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는 계엄이 실패로 돌아가자 당시 한동훈 여당 대표와 함께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탄핵이 가결되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자 느닷없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탄핵심판을 마비시키려 했다. 이 때문에 자신도 탄핵되었다가 헌재의 결정으로 복귀한 이후에는 스스로 권한대행직을 버리고 정치에 참여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을 둘러싼 '활극'은 돌아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그동안 그날 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했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며 "여기 계신 어떤 분 보다 제가 스스로를 더 혹독히 추궁했다. 복기할수록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만 사무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뻔뻔한 거짓말을 듣기란 그야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윤석열과 같은 괴물이 대통령이 되어 국가를 나락에 빠뜨릴 수 있었던 건 한 전 총리 같이 비열한 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아부와 굴종으로 제 잇속을 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