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노동자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새벽 근무 중 쓰러져 숨졌다. 입사한 지 8개월에 불과한 노동자였다. 쿠팡에서 이어지는 노동자 사망은 더 이상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됐고, 그때마다 유가족과 동료들은 사측의 책임 회피에 맞서 사인을 밝혀야 했다. 한 명의 죽음이 채 규명되기도 전에 또 다른 죽음이 이어지는 현실은, 이제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재난임을 보여준다.
쿠팡은 온라인‧무점포 판매업으로 분류돼 기존 대형 유통업체가 받는 각종 영업 제한과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택배 자회사 쿠팡CLS 역시 2021년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합의’를 교묘하게 피하며, 노동시간 관리와 안전조치 책임을 사실상 방기했다. 그 결과 쿠팡은 유통과 물류 두 산업을 동시에 지배하는 ‘무규제 기업’으로 성장했고, 이로 인한 속도 경쟁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문제의 본질은 ‘무한 속도 경쟁’이다. ‘로켓배송’으로 상징되는 유통 속도전은 소비자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대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심야노동, 주말 없는 장시간 노동, 무급 분류작업과 과도한 물량까지 모두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 안에서 정당화됐다.
일부 언론이 ‘일자리 감소’나 ‘물류 대란’을 들먹이며 심야노동 제한 요구를 왜곡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심야노동이 줄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논리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인력을 확충하고 주간 근무를 확대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 때도 일자리 감소는 없었다. ‘물류 대란’ 우려 역시 기업이 인프라를 개선하고 물류 시스템을 재조정하면 해소할 수 있는 사안이다. 노동조합이 제안한 ‘초심야(0시~5시) 배송 제한’은 시민의 편의를 유지하면서도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더구나 ‘야간노동 및 노동강도 완화’는 지난 1월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 측이 이미 사회적 약속으로 밝힌 사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쿠팡은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심야노동과 과도한 물량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의 반복된 사망사고는 기업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정부가 더욱 단호하고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쿠팡의 불법적 고용 구조를 철저히 감독하고, 연속 고정야간노동을 금지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또한 야간노동자 건강검진 의무화,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등 실효성 있는 공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유통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다.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유지되는 ‘무한 속도 경쟁’이 지속된다면, 어떤 제도 개선도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정부는 기업의 자율에 맡긴 시장의 논리를 넘어,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를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