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치기본권 촉구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7 ⓒ민중의소리
“이번에도 내란에 반대했다가 고발당하고, 계속 조사 받는 중이죠. 위원장님도죠?” “네, 그렇죠.”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위원장의 질문에,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공무원과 교원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겨울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외친 ‘내란 반대’는 이들에게 징계 사유이자 수사 대상이었다.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인 공간에서 개진하는 의견일지라도 ‘정치중립성 위반’이라는 올가미는 너무도 쉽게 덧씌워진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스스로 귀를 닫고, 입을 막는 것뿐이었다. 두 위원장이 한목소리로 우려한 것도 바로 이러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교원과 공무원에게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면 정치중립성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정치기본권 보장 요구에 대한 오해도 있지만,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과도한 공포심을 부각하며 생겨난 왜곡된 프레임이기도 하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정치기본권이 없기 때문에 정치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만난 이해준 위원장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박영환 위원장은 “학생들을 위해서” 정치기본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중립 위반 시비 휘말릴까 부당한 지시에도 말 못 해” “결국 정치무관심으로, 아무 얘기 안 하는 게 중립적인가”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치기본권 촉구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7 ⓒ민중의소리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국회 앞에서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이자, 새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이 의제를 올해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교원과 공무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이승만 정권과 군사독재 정권 시절을 거치며 교원과 공무원에게 정치기본권을 빼앗아 지금까지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업무와 무관한 기본적인 권리는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업무상 정치중립성은 지키면서도 모든 시민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당에 가입할 수 있고, 후원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교원과 공무원에게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폐해는 결국 우리 사회 모두에게로 돌아간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이해준 = “특히 지방공무원들은 주민들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런데 지역의 유지들이나 시·구의원들이 부당한 지시를 해도 말을 할 수 없다. 잘못했다가는 또 정치중립 위반에 휘말릴까 봐, 그게 몸에 배어버린 것이다. 그러면 결국 부당한 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A시의원이 특정 업체에 공사를 맡기라고 압박하면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행정의 주인이라고 하는 공무원들이 불법이나 비리에 말을 못 하면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당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고발부터 당하는 실정이다.”
박영환 = “제일 큰 문제는 정치적 무관심을 낳는다는 것이다. 약간이라도 정치적인 논란이 있을 것 같으면 입을 닫아버리거나 못 본 척하고, 못 들은 척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사회에 관심이 많아야 민주적인 토론과 논쟁을 수업에 가져올 수 있을 텐데, 아무 얘기를 안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게 되고 (일각에서) 이러한 현상을 중립적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중립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해야 하는데, (교사인) 우리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귀결되면 대단히 국민적 손실이기도 하다.
또 교육 정책에 있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을 잘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의견을 표출하면 처벌받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일상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 마치 정치중립의 위반인 것처럼 돼 버리니까 이 피해가 학생과 교육, 결국 학부모에게도 돌아가게 된다. 지금 교사들은 한 해 20명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고, 학생들도 200명 이상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 원인은 교사들이 제일 잘 알 수밖에 없고, 정책적인 해결책을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 교사들인데 이걸 다 막아놓은 것이다. 사회적인 손실이다.”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치기본권 촉구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7 ⓒ민중의소리
정치기본권 보장 요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딴지가 있다. 공직사회와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일부 개정안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정치기본권 보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아이들을 아예 의식화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다수 보수 언론에서도 ‘교실의 정치화’라는 표현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지난 2019년 만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보장하는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도 같은 논리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박영환 = “역으로 계엄을 얘기하면 편향적인 건가. 5.18을 이야기하면 편향적인 건가. 교육 과정은 사회적 합의를 거친 수준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이것을 가르치면 마치 편향적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계엄을 예로 들면, 그 현상 자체에 대해 해설을 해주면 된다. 객관적인 정보를 주고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토론하는 수업을 하는 것이다. 계엄이 잘못됐다고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것을 그대로 꺼내놓고 아이들하고 수업을 하는 것이다.
정치기본권은 새로운 권리가 들어오는 게 아니다. 학교 밖에서 시민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온전하게 주면 된다. 이걸 주지 않으니까 오히려 일이 터지고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와도 비슷한데, 교사들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학교 안에서 포교를 하는 일은 없다. 이건 너무 단순한 문제고, 상식적인 문제다. 만일 그렇게 (특정 사상을 주입하려) 한다면, 처벌하면 된다. 이미 그런 행위를 예방할 행정 징계 기준도 있다.”
이해준 = “공무원이 민주당의 것은 받아주고, 국민의힘 것은 안 받아주고 할 수 있나. (웃음) 이번에 정부가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지 않았나. 같은 맥락이다. 복종의 의무가 사라졌다고 우리가 대통령(의 정당한) 지시도 안 들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유령과 같은 우려를 만들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연내 정치기본권 보장’ 약속 해놓고, 또 선거 이후? “사회적 합의 필요하면 논의해야 하는데, 그조차 안 해” “당연히 풀어야 할 문제를 여론 탓, 대단히 분노스러워” “정치기본권 보장은 결국 국민을 위한 것”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치기본권 촉구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7 ⓒ민중의소리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비롯해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교육공무원법 등을 고쳐야 한다. 이미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다. 남은 건 국회 논의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교원과 공무원들에게 ‘연내 처리’를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내용을 개정하기 어렵다면, 합의 가능한 사안부터 논의하는 방안까지 열어놓은 당사자들로서는 답답하기만 한 상황이다. 최근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교조를 만나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어서 올해 안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를 이유로 뒤로 미뤄지고, 정권의 임기가 중후반기로 접어들면 개혁 과제 추진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은 이미 과거 정권에서 반복적으로 겪은 일이기도 하다.
이해준 = “국민의힘 핑계를 대는데, (계엄 후 맞이한) 새로운 대한민국은 낡은 정치를 타파해 새롭게 만들자는 것 아닌가. (정치기본권은) 말 그대로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인데 이것을 저울질하고, 또 정치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에 너무나도 분노스럽다. (개정안 내용 중 이견이 있다면) 테이블에 놓고 이야기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면 서로 양보할 건 양보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조차 시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이 상황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상정해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투쟁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박영환 = “올해 안에 어렵다고 하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2월 임시국회는 가능한 것일까. 지금도 안 되면 그때는 더 어려워진다. 해마다 선거가 있는 정치 구조상 지금 이런 논리는 ‘못 하겠다’는 얘기처럼 들리는 거다. 결국 대통령 공약이니 할 것이라고 하지만, 여론조사로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대단히 큰 문제다. 지금까지 교원과 공무원에게 마치 정치기본권을 주면 직무에서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 것처럼 언론 프레임을 짜놓고 여론에 물으면 긍정적으로 나올 수 없다. 당연히 풀어야 할 문제를 마치 여론을 앞세워 풀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지금 와서 또 확인하는 상황에 대해 대단히 큰 분노가 있다.
만 16세 학생이 당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되고 투표 연령도 내려갈 때, 학교에서 혼란이 생긴 게 아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이 정도 나이면 정치적 판단이 가능하고 일정하게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정당에 대한 가입 의사나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시민적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기본권 문제는 대단히 큰 소요 사태가 일어나는 것처럼 얘기하며 여론의 향배를 본다고 하는 것인데, 이게 맞는 것인가.”
두 위원장은 정치기본권 보장을 우려하는 시민을 향해서도 간곡히 호소했다. 지금의 논의는 교사와 공무원만을 위한 게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이해준 = “공무원 정치기본권은 바로 국민을 위한 행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만약 이번에 내란이 성공했다면 공무원은 무엇을 했을까.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내란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반대하거나 선동하는 사람을 색출하고 윗선에 보고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정치기본권이 보장됐다면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해 훨씬 더 광범위하게 반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국민이 지키는 것 아닌가. 정치기본권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하려는 게 아니라, 국가가 잘못하면, 대통령이 잘못하면 일반 시민들과 같이 그것에 대한 비판을 하고 견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환 = “시민적 권리 없이 반쪽짜리 인간으로 살아왔던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이 있다. 우리는 어떠한 표현도 할 수 없다, 어떠한 의사도 내비쳐서는 안 된다, 심지어는 어디에도 관심 가지는 것조차 스스로 차단하게 된다. 이게 교육적으로도 손실이고,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해야 한다면서도 교사들에게 민주시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면 교사가 어떻게 그런 교육에 다가가고, 아이들과 토론할 수 있을까.
학생의 문제는 사회 문제와 반드시 맞닿을 수밖에 없고 그게 교육의 문제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가장 긴 시간 바라보는 교사들이 이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사람들인데, 이들의 목소리를 막아서는 안 된다. 새로운 사회에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데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회복시켜 주는 문제가 활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