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민영화 승인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가 뒤늦게나마 바로잡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지난 28일 YTN우리사주조합이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인 YTN우리사주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방통위)는 2인만 재적한 상태에서 의결해 승인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의결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상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에 대해 “문언의 형식상 의미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 방통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해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피고의 주요 의사 결정은 5인이 모두 임명돼 재적한 상태에서 3인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5인 미만이 재적하게 된 경우라도 피고가 합의제 기관으로 실질적으로 가능하려면 적어도 3인 이상 재적한 상태에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대통령과 여야가 추천하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 기구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 시절 윤 전 대통령이 추천한 ‘2인 체제’로 파행 운영됐고, 방통위를 동원한 언론 장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YTN의 민영화도 그 일환이었다. YTN 지분 매각은 윤석열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YTN 대주주였던 한전KDN과 마사회는 지분 매각 의사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돌연 유진그룹에 YTN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공공성이 강한 보도전문채널의 민간 매각을 두고 여러 비판이 쏟아졌지만, 방통위는 최대주주 변경 절차를 졸속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속전속결로 추진된 YTN 민영화의 배경을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YTN이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문제 삼거나, 한전KDN 사장에게 공개적으로 지분 매각을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김건희 씨가 2021년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을 취재한 YTN 기자에게 “나도 복수를 해야지, 안 되겠네”라고 겁박한 녹취까지 공개되면서, YTN 매각이 김건희 씨의 복수심 때문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 상황이다.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도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 2022년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에게 ‘YTN 인수할 수 있도록 조치하려 한다. 국가기관이 지분 가진 거 확인하고, 이철규 의원에게 인수 방법을 알아보도록 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 씨는 지난달 김건희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윤영호와 얘기 중에 언론이 너무 좌편향적으로 가고 있다고 얘기해서 YTN을 인수해 우편향적인 언론(을 만들어)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김건희 씨에게 금품을 건네며 한 청탁 대상에 YTN 인수도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유진그룹은 YTN 최대 주주 지위를 잃게 된다. 다만, 유진그룹 측은 항소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YTN 민영화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법부의 판단으로 윤석열 정권이 추진한 언론 정책 본질이 사적 이해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왜곡됐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민주당은 이번 판결로 무너졌던 언론의 독립성, 흔들렸던 공영 미디어의 원칙을 회복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 YTN 매각 과정의 왜곡과 정치적 개입 정황을 끝까지 규명하고 관련 책임을 명확히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도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번 판결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방통위는 즉시 위법한 승인 처분을 철회하고 정부는 이번 매각 전 과정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제는 윤석열·김건희와 유진그룹 등 권력의 하수인이 망가뜨린 YTN을 단호하게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여전히 내란 부역자들에게 장악돼 신음하고 있는 YTN을 정상화하기 위해 방통위를 즉시 정상화하고 유진그룹의 최다액 출자자 자격을 취소하라”며 “보도전문채널은 시청자의 신뢰라는 토대 위에 가능하며 공공성과 공적 책임을 최우선 가치에 둬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선 내란 결탁 자본 유진그룹을 즉각 YTN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