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공화국’이라 불리는 포스코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쓰러졌다. ‘국가기간산업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기업에서 산업재해 사망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우발적인 비극이 아닌 구조적인 참사에 가깝다. 그 수를 모두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반복된 안전사고로 현장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 그룹 핵심 자회사이자 모태기업이다. 단일 철강회사였던 포스코는 2022년 지주사 체제(포스코 홀딩스)로 전환해 철강·이차전지·신사업 등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현재까지도 두 공장은 한국 제조업 기반의 핵심 인프라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포스코의 매출은 45조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포스코그룹 매출이 72조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의 62.5%가 포스코에서 발생한 셈이다. 포스코는 전 세계적으로 50여개 이상의 생산·판매 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위 철강기업이다. 국내 대표 생산기지인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는 매년 3,000만톤이 넘는 철강재가 생산된다.
포스코의 직·간접 고용 규모는 1만8천명에 달한다. 하청·협력업체 노동자(1만5천여명)를 포함하면 3만명이 훌쩍 넘는다.
1968년 박정희 정부에서 설립된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정부가 경영진 선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공기업’이라고 불린다. 처음부터 ‘창업주 오너’가 없는 구조였고, 지배·승계할 가문 자체가 없다보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가 공적자금인 국민연금(NPS)이라는 점도 포스코를 ‘사실상 공기업’으로 불리게 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런 기업의 규모와 위상에 걸맞지 않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늘 뒷전이었다.
안전사고 끊이지 않는 포스코
지난 10년간 포스코에선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공개한 ‘포스코 산업재해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2016~2025년) 포스코 산하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산재는 총 54건으로 88명(사망 57명, 부상 31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11건(사망 12명) ▲2017년 3건(사망 3명) ▲2018년 4건(사망 7명) ▲2018년 4건(사망 7명) ▲2019년 9건(사망 7명, 부상 15명) ▲2020년 6건(사망 9명) ▲2021년 5건(사망 4명, 부상 5명) ▲2022년 5건(사망 5명) ▲2023년 5건(사망 5명) ▲2025년 6건(사망 5명, 부상 11명) 등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반복된 사고에 포스코는 2018년과 2020년, 그리고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안전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업무 위험도는 동일했고, 보호조치 부재라는 공통점은 폭발·추락·협착·질식·감전 등의 반복된 산업재해로 이어졌다.
지난 2019년 7월 2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제1코크스 공장에서 현장 작업자들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포스코 제철소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크게 ▲원료·고로 공정 ▲제강·연속주조 공정 ▲압연 공정 ▲정비·후처리 공정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각 공정은 규모가 크고 위험요인이 많은 ‘고위험 업무’다.
‘원료·고로’ 공정은 제철소 업무의 핵심이자, 가장 위험하다고 지목된다. 철광석·석탄을 다루는 원료 운반·투입 작업과 1,500℃ 이상의 고열에서 철을 녹이는 용광로(고로) 운전, 설비를 정비하거나 배관을 관리하는 정비작업, 고로 주변의 뜨거운 쇳물이 흐르는 라인 점검 등이 이뤄진다. 고열 설비·가스 설비의 유지보수부터 청소·슬래그 처리까지 고난도·고위험 작업이 집중돼 있어 ‘밀폐 공간 질식사’ 유형의 사고도 고로·후처리 공정에서 자주 발생한다.
‘제강·연속주조’는 고로에서 나온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절해 강철로 만드는 공정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고온의 쇳물을 이동시키는 이동경로·주입구 작업, 쇳물을 굳혀 슬래브·빌릿 형태로 만드는 주조라인 운영·정비, 고온 설비 청소·배관 교체 등 다단계 정비 업무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폭발, 낙하물, 고온 협착, 유독가스 흡입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압연 공정’은 철판·철근·코일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쇳물을 굳혀 만든 슬래브·빌릿(철강 제품 생산 전 반제품)을 늘이고 압착해 제품 형태로 만드는 ‘압연 공장’은 제철소 내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수백 미터 길이의 압연 라인을 통해 제품이 이송·정렬되는데, 노동자들은 기계를 운전하거나 롤러 파손·설비 고장 등을 해결하는 정비·교체 업무를 한다. 이때 협착, 절단, 크레인 충돌, 무거운 코일 낙하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정비·후처리·청소’ 공정은 포스코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발생하는 공정이다. 주 업무는 ‘고로·전로·주조·압연 등 모든 설비의 도장·청소·찌꺼기 제거’, ‘맨홀·밀폐 공간 입장 작업’, ‘슬래그(찌꺼기) 처리, 토사·오염물 제거’, ‘배관·전기·펌프 등 전장·기계 정비’ 등이다. 여기서 질식, 유독가스 노출, 폭발, 추락 등의 사고 우려가 크다. 특히 밀폐 공간(맨홀·보수구)에서 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거나, 보호구 없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질식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그동안 포스코는 이런 작업 과정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포항제철소파이넥스3공장 ⓒ뉴스1
올해도 멈추지 않는 인명사고… "포스코 구조 개선해야"
올해도 포스코에선 안전사고가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포항제철소 냉연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수리 작업 도중 설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7월에는 광양제철소 소결공장에서 노후 집진기 배관 철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구조물 붕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11월에는 4건의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우선 5일에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기계 수리를 위해 사전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숨지고, 3명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11일 광양제철소 협력 업체 노동자 1명이 개포작업 중 쓰려져 숨졌고, 14일엔 포항제철소에서 슬래그를 운반하는 덤프트럭에 노동자 1명이 치여 사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일에는 포항제철소 STS(스테인리스스틸) 제강공장에서 슬러지(찌꺼기) 청소를 하던 용역업체 직원 2명과 현장에 있던 포스코 직원 1명이 유해가스를 마셔 중태에 빠졌다. 또 현장에 출동한 포스코 소방대 방재팀원 3명도 구조 작업 중 유해가스를 마셔 다쳤다.
반복된 사고에 포스코는 이희근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통해 “포스코 임직원을 대표해 사고를 당하신 분들과 가족분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 들어 연이어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면서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잇따른 안전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소장을 경질하기도 했다. 후임 포항제철소장직은 이 사장이 직접 겸임하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지휘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산업 현장 안전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 연이어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안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포항제철소장에 대한 경질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계속되자, ‘안전’을 강화하기보다 ‘통제’를 강화하는 포스코의 대응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포스코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최우선 경영’을 선언하며 대책을 발표해 왔지만, 실제 현장 노동자들의 평가와는 괴리가 컸다.
윤재석 금속노조 포항지부 전략조직국장은 “10년 동안 중대재해 대응을 한다고 했지만, 포스코는 촬영·출입 등의 정보를 전부 통제해 왔다”면서 “사고 내용을 확인하려 해도 노동자나 유가족·언론 누구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안전 대책보다 통제 강화가 우선돼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포스코는 보안을 이유로 제철소 내 촬영을 금지하고, 외부 작업인력에게까지 카메라 차단 앱 설치를 요구하는 등 이례적인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정확한 경위가 파악되지 않거나, 사망 시각·사고 원인 등을 두고 현장의 증언과 회사 발표가 서로 다른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윤 전략조직국장은 “포스코는 고위험 공정에 액션캠·CCTV를 확대 설치하고, 출입 통제를 강화하며, 휴대전화 카메라 가리개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이른바 ‘보안 강화 조치’를 시행해 왔다”면서 “이는 안전 개선이 아니라 노동자 감시와 통제 강화”라고 꼬집었다.
반복된 노동자의 희생을 멈추기 위해선 포스코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전략조직국장은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청인 포스코의 책임 인정”이라며 “수많은 하청 노동자가 포스코 설비 안에서 일하고 있다. 안전 문제는 결국 포스코가 책임져야 한다. 원청 사용자성과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똑같은 사고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