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브로드웨이를 매료시킨 K-창작 뮤지컬의 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인간과 로봇이 함께 그려내는 사랑과 미래의 서정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NHN링크

미국에서는 2026년부터 가사 전담 휴머노이드 ‘네오’가 상용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격은 2만 달러(한화 약 2800만 원)라고 한다. 이 소식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이 오른 후 11월에 들려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구식이 되어 버려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설정되어 있다.

10년 전인 2016년 '어쩌면 해피엔딩'은 초연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인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시놉시스로 처음 접할 당시 낯설지만 신선했다. 한편으로는 어설프게 인간이 로봇 흉내를 내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도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는 다양한 CG의 힘으로 어색함이 없지만 무대는 그런 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테니까. ‘로봇의 사랑 이야기가 무대에서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하는 의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힘


'어쩌면 해피엔딩'은 잘 만든 창작 뮤지컬의 등장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다. 2016년 국내 초연을 거쳐 2024년까지 총 다섯 시즌 공연을 이어갔다. 게다가 2024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제78회 토니 어워즈 작품상, 극본상, 작곡 작사상, 연출상, 무대 디자인상, 남우주연상 등 총 6관왕을 석권해 버렸다. K-컬처의 힘을 보여줬다는 미사여구 이전에 작품성과 상업성을 한 번에 잡아낸 '어쩌면 해피엔딩'의 매력은 무엇일까.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NHN링크

가까운 21세기 미래, 장소는 서울 메트로폴리탄. 이곳은 은퇴한 ‘헬퍼봇’들만 모여 사는 낡은 아파트다. ‘헬퍼봇’ 올리버는 오늘도 변함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창문을 열어 아침 햇살을 맞고 아침 뉴스를 듣는다. 자신이 키우는 화분 위로 밝은 햇살이 내리쪼이면 이내 우편배달부가 잡지책과 올리버가 주문한 부품들을 전해준다. 하루, 일주일, 일년, 그렇게 올리버의 하루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런 평화로운 일상에 낯선 이웃 ‘클레어’가 찾아온다. 클레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은퇴한 헬퍼봇이다. 충전선의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다. 그렇게 올리버와 클레어의 만남은 시작된다. 인간을 돕는 것 외에 다른 것은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은 헬퍼봇이지만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올리버는 자신의 옛 주인을 찾아가는 것이고, 클레어는 반딧불이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올리버와 클레어는 많은 제약을 뚫고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가치 담아


사랑이란 감정이 학습되어 있지 않은 올리버와 클레어이지만 모험 같은 여정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다양한 감정 속에 휩싸이게 된다. 낯설지만 따뜻하고 행복하지만 불안한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는 우리가 바로 경험하게 될 오늘 같은 미래를 보여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사랑이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통해 우리가 맞게 될 AI 시대에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을 들려준다.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NHN링크

로봇 이야기가 억지스럽지 않은 것은 배우들의 로봇 연기에 있다. 움직임보다는 대사의 톤이나 로봇스러운 규격화된 문장 구성을 대사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관객은 이들이 로봇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연결 짓게 된다. 로봇이 상용화된 미래가 배경이지만 레트로한 무대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LP 플레이어, 종이컵 전화기, 반딧불이 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소품은 '어쩌면 해피엔딩' 상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확고한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윌 애런슨(Will Aronson)과 박천휴, ‘윌휴 콤비’의 감성은 30여 곡의 넘버에 고스란히 담겼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드럼으로 구성된 6인조 라이브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재즈와 클래식, 인디팝의 정서를 담은 따뜻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연주한다. 대사, 노래, 연주, 무대가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분위기는 기계화된 미래의 건조한 분위기와 완전히 상반된다. 이것이 만들어 내는 특유의 감성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2016년 초연에 출연한 올리버 역 김재범, 클레어 역 전미도와 최수진, 제임스 역 고훈정이 특별 출연한다. 2018년 재연에 출연한 올리버 역 전성우와 클레어 역 박지연, 2021년 사연에 출연한 올리버 역 신성민, 2024년 오연에 출연한 클레어 역 박진주와 제임스 역 이시안이 캐스팅됐다. 올리버 역에 정휘, 클레어 역에 방민아, 제임스 역에 박세훈이 새로운 캐스트로 합류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기념 공연은 2026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정보

공연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 날짜: 2025년 10월 30일(목) ~ 2026년 1월 25일(일)
공연 시간: 화, 수, 목, 금 20시 / 토, 일, 공휴일 14시, 18시 (월 공연 없음)
※ 12/4(목), 12/11(목), 12/18(목), 1/8(목), 1/15(목) 16시, 20시
러닝 타임: 115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 연령: 14세 이상 관람가 (중학생 이상 관람가)
극작, 작사: 박천휴, 윌 애런슨
작곡, 편곡: 윌 애런슨
창작진: 연출 손지은 / 음악감독 주소연 / 안무 슈퍼바이저 이현정 / 안무 장형민 / 무대 이은경 / 조명 정구홍 / 음향 한문규 / 영상 고동욱 / 의상 도연 / 소품 노주연 / 분장 장유영 / 마술디자인 신희용
출연진: 김재범, 신성민, 전성우, 정휘, 전미도, 최수진, 박지연, 박진주, 방민아, 이시안, 고훈정, 박세훈
공연 예매: 티켓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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