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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학의 세상다양] 주토피아2 : ‘우리’와 ‘그들’로 나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시민의 자리

영화 주토피아2를 보며 나는 며칠 전에 봤던 위키드2를 떠올렸다. 두 영화 모두 낙인과 혐오를 다루며, 그것을 넘어 “모든 존재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려 싸우는 이들을 그린다. 주토피아2를 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정말 “모든” 존재가 함께 살고 있었는가?’, ‘우리가 “우리”라고 말할 때, 그 “우리” 밖으로 밀려나 “그들”이 되는 존재들은 누구인가?’

주토피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동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도시다. 하지만 주토피아2는 이 도시가 사실상 “포유류만의 도시”였음을 드러낸다. 뱀도, 도마뱀도, 악어도 보이지 않는다. 이 기묘한 ‘부재’의 중심에 뱀 한 마리가 있다. ‘아그네스 더 스네이크’. 그는 주토피아가 모든 동물이 함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서로 다른 서식 환경을 가진 동물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기후 장벽’을 설계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 공로는 온전히 가로채인다.

주토피아2 포스터 ⓒ자료사진

캐나다 스라소니, ‘에버니저 링슬리’는 아그네스의 성취를 자신이 해낸 것처럼 꾸미고, 오히려 그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다. 이미 뱀은 “나쁘고 더럽고 무섭고 위험하다”는 낙인과 편견을 짊어진 존재였다. “뱀이라면 그럴 법하지”라는 편견 덕에 가짜뉴스는 쉽게 먹혀든다. 이렇게 구조적 편견은 혐오와 누명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된다.

뱀과 파충류는 주토피아에서 쫓겨난다. 파충류 마을은 도시와 완전히 격리되고, 파충류는 법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밖’의 존재가 된다. 더 잔인한 것은, 그들이 주토피아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있는 마을의 전기가 차단되고, 눈이 덮여 모든 기록이 지워지는 장면이다. 진실은 문자 그대로 얼려지고 덮인다. 누군가를 영원히 ‘위험한 존재’로 남겨 두기 위해 권력은 기록과 기억을 파묻는다. 현실에서도 이 사회는 ‘위험한 존재, 비효율적인 존재, 불필요한 존재, 비정상적인 존재’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영화를 보며 나는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한 단어를 떠올렸다. 바로 “우리”다. 우리는 “우리 집”, “우리 회사”, “우리 학교”,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 많은 이들에게 “우리”는 따뜻하고 포근한 단어다. 그러나 “우리나라”라는 말을 듣는 이주민, 난민, 이주배경 어린이·청소년들의 마음에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저 사람이 말하는 “우리나라”에 나는 포함되어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속감을 주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기는 나를 포함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그 “우리”에 속하는지 여부를 늘 걱정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위치, 말투와 몸짓을 스스로 검열하며 살아간다.

주토피아1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 도시가 참 좋았다. 서로 다른 크기와 속도를 가진 동물들이 자신에게 맞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파충류가 없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도시가 “포유류만의 세상”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돌아보면, 한국 사회에서 선주민이자 시스젠더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성으로 살아온 나의 경험도 비슷했다. 나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이 사회가 나에게는 꽤 편안하게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주민,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장애인, 여성, 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의 삶은 처음부터 내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애초에 “특권 집단(다수자, 권력자)의 언어와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수자의 삶과 이야기는 가만히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애써서 듣고 배우고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눈에 덮여 감춰진 파충류의 마을처럼, 체제는 애초에 그들의 삶을 시야 밖으로 밀어낸다. 평등한 공동체를 꿈꾼다면 우리는 “보이지 않게 되는 방식으로 설계된 구조”를 의심해야 한다. ‘문제가 없다’가 아니라 ‘문제를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봐야 한다.

주토피아2 속 주디와 닉의 관계 역시 중요한 지점을 짚어준다. 주디는 ‘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믿고 실제로 목숨을 걸고 싸운다. 닉은 ‘꼭 그렇게까지 헌신할 필요가 있냐’고 묻지만, 결국 주디의 곁을 지키며 끝까지 함께한다. 두 캐릭터가 어떻게 “드림팀”이 되었는지를 묻는 말에 닉은 말한다. 서로 다른 점에만 집중해 “나와 안 맞는다”고 단정하지 않고, 대화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끈끈한 사이가 될 수 있다고.

어떤 이들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두고 “원래 사람은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서로 다름”은 두려움과 혐오일 필요가 없다. 차이는 위험이 아니라 관계맺기와 기쁨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다름을 혐오로 조직하는 정치다.

뱀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는 스라소니의 장면을 보며 나는 한국의 혐오 정치가 떠올랐다. 극우 집회에서 “중국인은 집단 살인범, 집단 강간범”이라고 적힌 깃발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공포를, 또 어떤 사람들은 ‘그래, 그럴지도 몰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막연한 동의를 느낀다. 이 사회는 이주민에 대한 두려움을 정치적·경제적으로 활용한다. 위기를 설명할 언어가 없을 때, 권력은 가장 취약한 존재를 ‘문제’로 내세운다. 주토피아2에서 뱀은 “나쁘고 더럽고 위험한 동물”이라는 편견 위에 “살인자”라는 낙인이 덧씌워진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은 위험하다, 성소수자는 가정을 파괴한다, 장애인은 느리고 불필요하다’는 가정·전제가 비슷하게 작동한다. 이 낙인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가 위기에서 자신의 정상성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또 다른 ‘기후 장벽’이다.

혐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이 ‘혐오’라는 사실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냥 기분 나쁘다”, “왠지 무섭다”라는 감정만으로는 그 장벽을 넘을 수 없다.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사회구조적 관점으로 질문해야 한다. “이주민이 위험하다”가 아니라 “체제가 위기일 때 왜 늘 이주민이 표적이 되는가”라고.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의 취약성을 끌어안으며 곁에 서야 한다. 선주민, 남성, 시스젠더, 이성애자, 비장애인, 비청소년, 고소득자 등 특권을 가진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사회운동을 사회적 소수자의 몫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이자 “나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권을 가진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 자리를 활용해 억압의 체제를 균열 낼 책임과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책임 있는 시민의 자리다.

‘위키드: For Good’ 포스터 ⓒ자료사진


위키드2와 주토피아2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누가 마녀가 되는가, 누가 괴물이 되는가, 그리고 그 낙인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우리가 ‘우리’라고 말할 때, 그 ‘우리’에서 계속해서 쫓겨나는 존재들은 누구인가.”

주토피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향 같다. 그러나 그 도시에 들어오지 못하는 파충류들의 마을이 존재하는 한, 주토피아는 아직 “모두의 도시”가 아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선주민, 비장애인, 이성애자, 남성의 눈에는 이미 ‘꽤 괜찮은 나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우리”에서 계속 미끄러져 떨어지는 이들이 있는 한, 이 사회는 아직 “모두의 집”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라는 단어를 더 정밀하게 사용해야 한다. 내가 “우리”라고 말할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얼굴은 누구인가. 떠오르지 않는 얼굴은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느 쪽에 서 있는가. 기후 장벽 안쪽 포유류 도시의 안락함 속에 있는가, 아니면 눈에 덮인 파충류의 마을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가.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우리 이제 ‘모두의 주토피아’를 만들자.”

그 말에서 시작되는 관계와 분석과 실천, 그리고 연대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밀어내는 말이 아니라 “모두의 집”을 가리키는 단어가 될 것이다.

위키드 : 누가 마녀가 되는가 - 정상성, 혐오, 그리고 연대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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