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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탈회계 중단 환영하지만, 삼성생명 리스크는 여전하다

금융감독당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내년 결산부터 이른바 ‘일탈회계’를 중단하기로 1일 결정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관행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 결정으로, 회계의 투명성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삼성생명은 수십 년간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관리해 왔고 별도 부채 항목으로 처리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계약자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제 국제기준에 맞춘 회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더는 미뤄질 수 없게 된 것이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회계기술적 조정이 아니다. 삼성생명은 1980~1990년대 유배당 계약자의 보험료로 삼성전자·삼성화재 지분을 취득했다. 투자 수익이 나면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하는 구조였지만 실제로는 지분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 배경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얽혀 있다는 의혹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본격 도입된 2023년부터는 해당 지분을 시가로 평가해 보험부채로 반영해야 했지만, 금감원은 전환기 혼란을 이유로 이를 사실상 예외 처리해 왔다. 이로 인해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실제보다 축소 인식되고, 재무제표 이용자들은 유배당보험 부채의 규모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번 정상화 조치로 삼성생명은 2025년 재무제표부터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시가로 반영해야 하며, 유배당보험 계약을 다른 보험계약과 구분해 별도 항목으로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계약자 몫이 회사 재무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주석으로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이는 유배당보험이 회계상 ‘가시화되는 조치이며, 언론·감사인·투자자·시민단체 누구나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편입된다는 의미가 있다. 회계 투명성을 높인 조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정상화 취지가 온전히 구현될지는 결국 삼성생명의 회계 선택에 달려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삼성생명이 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부채를 ‘0원’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회사가 지분 매각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보유 지분을 팔 계획이 없으니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 또한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기준 삼성생명의 유배당보험 관련 부채 규모는 약 12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부채를 0원으로 적고 이를 자본으로 편입할 경우 계약자 몫은 회계상 사라지게 되며, 계약자 권리를 둘러싼 분쟁은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계약자 몫을 자본으로 편입할 경우 삼성전자 지분의 시가 변동이 삼성생명 자본에 직접 반영된다는 점이다. 제조업 대기업의 주가 변동에 보험사의 재무 안정성이 종속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핵심 건전성 지표가 주가 등락에 따라 요동칠 위험이 있다. 보험업 특성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회계·감독 측면 모두에서 구조적 리스크다. 계약자 몫을 0원 처리하면 회계 숫자는 깔끔해 보일 수 있으나, 계약자 권리 약화와 재무 변동성 확대라는 이중의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금융감독당국은 소급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과거 회계처리에 대한 감리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일탈회계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외를 허용했던 과거 판단이 타당했는지, 혹은 특정 기업에 구조적 이익을 제공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 덮고 넘어가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회계 기준의 정상화는 출발점일 뿐이다. 감독당국이 과거 관행의 책임을 따져 묻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것은 투명성 회복의 취지와도 거리가 있다. 금감원은 계약자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엄정한 기준을 세우고, 왜곡된 회계 관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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