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안전대책에도 포스코 ‘죽음의 행렬’ 계속됐다

[죽음이 멈추지 않는 포스코2] ‘말뿐인 대책’ 비판도...“포스코 원·한청 구조 없애야”

포스코 하청 노동자 뒤로 보이는 포스코 깃발 ⓒ뉴시스

국내 기간산업의 상징이자 철강산업의 절대강자로 불리는 포스코. ‘제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 기업의 제철소에서는 매년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와 조직 개편, 안전혁신안을 발표해 왔지만, 현장에서는 “대책이 발표될 때뿐이고 실제 위험은 그대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코는 최근 8년 동안 총 네 차례(2018년, 2020년, 2022년, 2025년)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언론에 오르내리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될 때마다 안전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사실상 사고 이후 안전대책을 발표하는 ‘사후조치’였던 셈이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보건관리 체계 재정립을 위해 2022년 내놓은 안전대책을 제외하면 나머지 3건 모두 안전사고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에 나왔다.

하지만 ‘안전대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포스코에선 매년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됐다.

‘안전 투자’·‘안전 인력’ 늘려 사고 막겠다는 포스코


2018년 1월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과 인접한 산소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포항제철소 내에서 일하는 외주업체 소속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냉각탑에서 내장재 교체작업을 진행한 이들은 오후 작업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새어 나온 질소가스를 흡입해 중독됐다. 포항 시내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으나 끝내 모두 숨졌다.

포항제철소 안 산소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모두 숨졌다. 사진은 산소공장의 모습. ⓒ뉴시스

이 사고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포스코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해 5월 포스코는 향후 3년간 안전예산으로 1조원 이상을 집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안전유지를 위해 지출해 온 비용 5,453억원에다가 5,597억원을 증액해 향후 3년간 총 1조1,05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추가된 예산은 ▲ 안전 관련 조직 신설과 인력 육성(369억원) ▲ 밀폐공간 같은 중대 재해 발생 가능 장소·시설물에 안전장치 보완(5,114억원) ▲ 외주사 안전 교육 및 감시인 배치(114억원) 등에 배정했다.

안전 인력 충원도 약속했다. 포스코는 외부 전문인력과 신입 채용 등을 통해 200여명의 안전 전담인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한 전사 안전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안전전략사무국’을 본사에 신설한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모든 밀폐공간에 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단판과 이중 밸브를 설치하고, 드론으로 작업 전 가스를 검지하는 작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안전대책이 그저 ‘말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데는 채 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2018년 6월 3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2제강공장 철강반제품 정정라인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가동 철강반제품 정정설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노동자는 사고 직후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2019년도엔 오히려 안전대책이 발표된 2018년(4건, 사망 7명·부상 1명) 때보다 더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공개한 ‘포스코 산업재해(산재)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총 9건의 산재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5명이 부상당했다.

'산소 유출 폭발 뒤 화재' 광양제철소 ⓒ뉴시스

사고 더 늘었는데... 또 ‘안전 투자’·‘안전 인력’ 확충 대책 꺼낸 포스코


포스코는 2020년 12월 한 번 더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이 역시 안전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직후였다.

11월 24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광양제철소 제1고로 부근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3명 가운데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나머지 1명은 수색에 나선 119대원들에 의해 2시간여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 1명은 포스코 소속이고, 2명은 협력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사고 발생 약 1주일 뒤인 12월 2일 포스코는 ‘안전관리 3대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3대 특별대책은 ▲향후 3년간 1조원 추가투자 ▲안전관리요원 2배 증원 및 비상 안전방재 개선단 운영 ▲관계사 포함 전 임직원 안전역량 제고를 위한 안전기술대학 설립 등이다.

우선 포스코는 향후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해 위험·노후 설비를 전수 조사해 설비 위험도에 따른 다중 안전방호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위험 설비의 수동밸브를 자동화하고 불안정 상황에서의 작업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관리 CCTV 추가 설치 등 예방적, 선행적 차원의 안전 설비를 보강키로 했다. 위험 작업 직군들을 대상으로는 작업 상황을 사전 시뮬레이션해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 인프라도 구축한다.

안전관리요원도 기존 300명에서 600명으로 2배 증원해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을 단장으로 한 비상 안전방재 개선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개선단은 가스취급 및 밀폐시설을 최우선으로 점검하고 타 공장간에도 위험요소를 중복 점검해 리스크 발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안전의식 및 안전역량 제고를 위한 안전기술대학도 설립하기로 했다. 새롭게 설립될 안전기술대학에서는 포스코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를 포함한 관계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특별대책’이라며 이 같은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이전(2018년)에 발표된 안전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안전 투자를 늘리고, 안전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점에서는 이전 안전대책과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결과도 그렇다. 특별대책 발표 일주일만인 12월 9일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3소결 공장에서 공기를 흡입하는 설비인 블러워 덕트를 수리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5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후에도 안전사고는 계속 반복됐다. 2021년 5건(사망 4명, 부상 5명), 2022년 5건(사망 5명), 2023년 5건(사망 5명) 등이다.

고개 숙인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뉴스1

그룹차원 ‘안전대책’으로도 못 막은 ‘죽음의 행렬’


올해 7월 발표된 ‘안전관리 혁신계획’도 마찬가지다. 올해들어 포스코와 또 다른 계열회사인 포스코이앤씨(건설)에서 잇따른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포스코그룹 차원의 안전대책이 발표된 것이다.

우선 포스코에선 지난 3월 21일 포항제철소 냉연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수리 작업 도중 설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7월 14일 광양제철소 소결공장에서 노후 집진기 배관 철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구조물 붕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시기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도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1월 16일 경남 김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갱폼 인상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월에는 2건의 안전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11일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에서 붕괴사고로 1명이 숨졌고, 21일엔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그러자 포스코그룹은 7월 21일 사업회사 중심의 안전관리를 ‘그룹중심의 안전관리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이를 위해 포스코 그룹 회장 직속의 ‘그룹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했다. 학계, 기관 등 외부전문가와 직원, 노조 등 대의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TF에 참여시켜 안전관리 현황을 살피고 개선 과제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하도급 구조 개선 구상도 내놨다. 그룹은 모든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적발된 하도급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거래중단, 계약해지 등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전대책 때마다 나왔던 안전투자 비용 확대도 담겼다. 안전 예산의 한도를 따로 정해두지 않고, 매출의 일정 비율 이상을 편성하는 식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룹 소속의 안전 전문회사 설립을 검토하는 한편, ‘산재가족돌봄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 유가족 지원 등 다양한 기금활용 방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안전대책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포스코에선 지난달 20일 포항제철소 STS(스테인리스스틸) 제강공장에서 슬러지(찌꺼기) 청소를 하던 용역업체 직원 2명과 현장에 있던 포스코 직원 1명이 유해가스를 마셔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포스코 소방대 방재팀원 3명도 구조 작업 중 유해가스를 마셔 다쳤다.

포스코이앤씨는 안전대책 발표 일주일만인 7월 28일 경남 의령군 고속국도 공사 현장에서 끼임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2022.05.20(자료사진) ⓒ민중의소리

“‘말뿐인 대책’ 안 되려면 포스코 원·한청 구조 없애야”


포스코의 이 같은 안전대책을 두고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코가 안전 투자를 늘리고, 안전인력을 확충하는 등 안전대책을 내놨지만, 포스코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말뿐인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현장 안전을 담당해 온 고용호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 노안부장은 반복된 안전대책에 대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희생자는 대부분 다단계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라면서 “지금 포스코의 구조에서는 원청이 안전비용을 늘린다고 해서, 실제 사고가 발생하는 하청 영역에까지 도달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예컨대 포스코가 안전비용을 늘리더라도, 늘어난 안전비용이 직접적으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하청노동자 안전사고의 상당 부분은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해 부족한 안전비용으로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는 게 고 노안부장의 지적이다.

고 노안부장은 “진짜 이런 상황이 개선되려면 원·하청 구조를 없애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하청 노동자들이 설비나 안전 장비 개선 등을 직접 요구할 수 있고, 그런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반복적으로 ‘안전 인력’을 확충하는 대책을 내놓은 데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 노안부장은 “안전인력을 늘리는 건 좋다. 필요하다”면서도 “안전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보단 현장 노동인력을 늘려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무리하게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많은 만큼 현장 노동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사장도 포스코의 다단계 하청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이사장은 “주로 다단계 하청 노동자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조직(포스코)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안전대책을 내놓는 데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이사장은 “안전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경영책임자의 관심, 안전투자, 관리자들의 책임감, 현장 작업자의 문화 등 모든 것이 바뀌어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와 시스템을 정비하면 향후 안전이 개선될 수 있다. 지금처럼 계속 안전인력, 안전시설 확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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