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도한 대통령 집무실 앞 100미터 이내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집시법’)이 통과되었다.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는 허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긴 했으나, 그간 사례를 볼 때 용산 집무실과 곧 이전하게 될 청와대 100미터 앞 집회는 원칙적으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진보·개혁 야당과 시민사회는 강력히 반발하며 집시법 개악 중단을 요구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이 기본권의 행사를 공권력이 막을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2022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 인근 100미터 이내에서의 모든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11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결정에서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구성 요소’이고,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 보장 내용 중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대통령 관저 근처라는 이유로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부터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까지, 시민들은 더 가까이 권력에 다가가 주권자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거리와 법정에서 싸웠다. 촛불 행렬이 광화문 명박산성에서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가는 데 8년이 걸렸다. 1년 전 오늘, 5천만 국민의 일상을 한순간에 파괴한 12.3 불법 계엄을 무산시키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되살린 찬란한 ‘빛의 혁명’도 앞선 시민들의 저항으로 쟁취한 기본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정운영에 대한 요구나 비판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의 신변보호는 대통령경호법, 통합방위법 등 다른 법률로도 가능하다. 대통령의 안녕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희생시키겠다는 건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반하는 일이다. 이 개정안대로라면 지난겨울 광장에 있던 시민들은 모두 범법자가 되어야 한다. 내란 청산이 아직 진행형인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아니라 권력기관에 대한 주권자들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국회는 집시법 개악안을 철회하고 국민앞에 헌법 수호 의지를 확고히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