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아사단식까지… 물러설 곳 없는 홈플러스 노동자들 “끝까지 갈 것”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결단 내려야”

아사단식에 기력이 쇠해 누워있는 홈플러스지부 최철한 사무국장 ⓒ민중의소리


3일 오전 11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앞 홈플러스노조 단식농성장은 갑자기 ‘뚝’ 떨어진 날씨로 인해 한기가 돌았다. 농성장은 사방이 탁 트인 곳에 자리했다. 게다가 바로 옆엔 왕복 8차선 도로가 있어 빠르게 달리는 차들로 인한 매서운 칼바람이 수시로 농성장에 불어닥쳤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정부가 나서라’라고 적힌 손피켓이 거센 바람에 연신 날아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날 오전 용산 날씨는 체감온도가 -10도 아래로 내려갔다. 농성장 인근을 오가는 시민들도 추워진 날씨에 겨울 패딩과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한 모습이다.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을 입고도 한껏 움츠렸다. 지퍼를 한껏 끌어 올려 목 끝까지 채웠지만, 추위를 견디기 힘든 듯 빠른 걸음으로 농성장 인근을 오갔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단식 26일 차인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컨디션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이달 1일부터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 단식’에 돌입한 만큼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8일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던 홈플러스지부 안수용 지부장과 손상희 수석부지부장, 최철한 사무국장 3명 중 안 지부장과 손 수석부지부장이 이날 오전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날부터 상태가 악화했던 안 지부장은 오전 7시에 심장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2시간 뒤쯤인 오전 9시 손 수석부지부장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사단식 중 긴급 이송되는 홈플러스지부 안수용 지부장 ⓒ마트노조 제공


세 사람은 홈플러스 공개 매각이 무산된 직후인 이달 1일부터 물과 소금까지 끊은 ‘아사 단식’에 들어간 상태다.

농성장은 최 사무국장과 지도부 단식에 동참하기 위해 부산, 울산, 경남, 제주 지역에서 올라온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10여명이 함께 지키고 있었다. 아사단식 중인 최 사무국장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까지 더해지며 기력이 쇠해 비닐과 보온재로 급조한 천막에 누워 현장을 지켰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천막에서 5m 남짓 떨어진 곳에 차려진 농성장에 모여 서로를 다독이며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기자가 찾아왔다는 말에 잠시 힘을 내 천막에서 나온 최 사무국장은 “이젠 진짜 법원 청산하라는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홈플러스가 법원의 허가를 얻어 다섯 차례 연장 끝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다음 달 29일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만약 홈플러스가 그때까지 인수업체를 찾지 못할 경우 파산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 사무국장은 “억지로 정부를 통해서, 시민사회를 통해서 법원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연기해 지금까지 끌고 왔는데, 이제 법원도 더 연기할 명분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불안하다”면서 “29일까지 인수 업체를 못 찾게 되면 진짜 청산하라는 결정이 나올까봐 너무 힘들다. 지금 몸이 힘든 건 문제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최 사무국장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정부가 홈플러스를 살리겠다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며 “홈플러스를 기반으로 생계를 이어온 30만 노동자와 입점·협력업체, 지역경제의 생존을 위해서도 이재명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최 사무국장은 기운을 차리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몸이 (아사단식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지역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이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은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고 덧붙였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설치된 홈플러스지부 단식농성장 모습 ⓒ민중의소리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간절하다. 지부에 따르면 이날 아침 쓰러져 녹색병원으로 옮겨진 안수용 지부장은 치료를 거부하고, 병원에서라도 아사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치료시 퇴원을 해야 한다는 병원의 방침상 거동이 불편한 안 지부장은 링거만 맞으며 병원에서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아사단식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진 손상희 수석부지부장은 건강상태가 우려돼 일단 단식을 중단하고 정밀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사무국장도 하루하루 건강상태가 악화하고 있다. 최 사무국장은 계속 단식투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부 관계자는 “최 국장도 심장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건강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8시~9시), 점심(12시~1시) 저녁(5시~6시)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용산 대통령실 앞 횡단보도에서 “홈플러스 사태 해결에 정부가 나서라”며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 오후 6시엔 투쟁 문화제를 열고 정부의 조속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