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는 세 명의 우주 비행사를 태우고 달을 향해 떠났다. 사령관 닐 암스트롱,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 그리고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주인공은 닐 암스트롱이었고, 그 뒤를 이어 버즈 올드린이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달 궤도를 돌며 홀로 남아 있었던 세 번째 우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닐과 버즈가 달 표면에 내려가 있는 동안, 달의 뒤편에서 통신이 완전히 끊긴 채 동료들을 기다려야 했던 마이클 콜린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 시간과 감정을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이 작품은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이자 2023년 창작뮤지컬어워즈 ‘넥스트’ 우승작으로, 5년에 걸친 준비 끝에 관객을 만났다. 무대 위에는 단 한 명의 배우만이 존재하지만, 90분 동안 펼쳐지는 서사는 결코 비어 있지 않다.
한 사람의 무대, 우주만큼 깊은 고독
‘비하인드 더 문’은 1인극이자 뮤지컬이다. 무대는 때로는 달이 되고, 때로는 지구가 되며, 다시 우주선 내부로 변주된다. LED 영상으로 구현된 지구가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럽게 우주선에 홀로 남겨진 마이클의 시선을 공유하게 된다. 고요하지만 압도적인 우주의 시간 속에서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서서히 전해진다.
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사진 ⓒ컴퍼니 연작
작품은 마이클의 업적보다 ‘삶’을 바라본다. 아내와 처음 만났던 카페, 달을 동경하던 청년기의 기억,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 과정까지 그의 서사는 인간적인 장면들로 채워진다. 특히 수중 훈련, 원심 훈련(작품 속에서는 ‘뺑뺑이’라 불린다), 도킹 훈련 장면은 과장된 장치 없이도 생생하게 구현돼 몰입도를 높인다.
“내 발자국이 달 위에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상은 늘 ‘최초’와 ‘기록’에 주목하지만, 그 이면을 떠받친 수많은 역할들은 쉽게 잊힌다. 마이클 콜린스는 조명 받는 자리에 서지 않았지만, 자신의 임무와 선택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고백과도 같은 대사와 노래들은 관객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오늘도 근사한 실수를 만들어 보자”, “내 발자국이 달 위에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의 가장 어두운 뒷모습을 내가 기억할 테니”와 같은 말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철저히 우리의 현실을 향한다. 실수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인정받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삶의 태도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배우 한 명에 집중되는 인극의 힘
1인극의 성패는 전적으로 배우에게 달려 있다. ‘비하인드 더 문’은 이 조건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는 각자의 결이 다른 마이클 콜린스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특히 17년 만에 소극장 무대로 돌아온 유준상의 존재감, 오랜 무대 내공이 쌓인 정문성의 안정감은 작품의 신뢰를 단단히 받쳐준다.
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사진 ⓒ컴퍼니 연작
겨울의 문턱에서 만나는 ‘비하인드 더 문’은 화려한 업적 대신 조용한 책임을 말한다. 달에 남은 발자국은 없지만, 그 뒤편을 기억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공연 기간: 2025년 11월 11일 ~ 2026년 2월 8일 러닝타임: 90분(인터미션 없음) 관람 연령: 8세 이상(미취학 아동 관람 불가) 출연: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 창작진: 작사·작곡 김한솔 / 음악감독 강소연·채한울 / 연출 김지호 / 안무 홍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