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식은 중단했지만 ‘홈플러스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1월 8일부터 단식을 이어온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도부 3인(안수용 지부장, 손상희 수석부지부장, 최철한 사무국장)이 단식 24일차인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물과 소금까지 끊는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 기자회견에서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이 힘겨워하고 있다. 2025.12.01 ⓒ민중의소리


지난 4일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27일간 이어온 무기한 단식을 멈췄다. 하지만 단식 중단했다고 해서 홈플러스 사태까지 해결된 건 아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단식 중단은 정부와 여당의 약속을 믿고 투쟁을 일시 중단한 것에 가깝다. 이후 정부와 여당의 대처에 따라 얼마든지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노동자들도 단식을 해제하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믿고자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정부와 여당을 신뢰한다기보단,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 속에서 정부와 여당에 남겨진 마지막 책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홈플러스 사태를 단순 노동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 경영의 책임성 문제와 유통업 구조 문제, 지역경제 문제까지 함께 걸려 있는 복합적 현안이기 때문이다.

먼저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 경영의 책임성 문제가 극명히 드러낸 사례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대규모 투자와 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이뤄진 것은 투자 확대보다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중심의 경영이었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극심한 경쟁 환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MBK는 장기적 투자보다 단기적 재무 개선에 집착했다. 그 결과 현재 MBK는 홈플러스의 알짜배기 매장(부동산)을 대거 팔아치운 뒤 갖은 법기술을 이용해 법원의 회생절차를 빌려 청산을 밀어붙이고 있다.

결국 이 같은 경영 실패의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인력 부족 속에서 늘어난 업무 강도, 매장 운영 환경 악화, 고용 불안이 이어졌고, 회사는 정상화와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결국 MBK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동안, 회사는 점차 도태됐고,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잃을 위기에 내몰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극단으로 치달아 벌어진 것이 바로 단식 농성이었다.

홈플러스 사태는 유통업 구조 문제와 직결돼 있다. 대형마트 시장은 이미 온라인 플랫폼과 창고형 마트의 등장으로 경쟁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유통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와 혁신 전략이 필수적이었지만, 홈플러스는 지난 몇 년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미래 전략 부재, 투자 지연, 그리고 사모펀드 중심의 경영 방식이 유통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매장이 낡아도 투자 계획은 번번이 미뤄졌고, 인력 운영도 최소 인력 중심으로 축소되면서 현장은 점점 버티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는 게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지역경제와 직결된 기업이라는 점도 홈플러스 사태의 파장은 더 크게 했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수백 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매장 하나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 작지 않다. 지역 상권에서 고정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협력업체와 상생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히 기업 한 곳의 위기를 넘어선다. 매장 축소, 투자 중단, 신규 전략 부재는 지역경제의 활력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홈플러스 일부 지점의 경우 경영난이, 주변 상가의 매출 하락 등 연쇄적 영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 부담이나 단순한 중재 과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자들의 단식 해제 선언이 단순한 ‘신뢰의 표시’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이번만큼은 책임 있게 움직여 달라”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가깝다.

이제 공은 정부와 여당에 넘어갔다. 약속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길었던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단식 투쟁이 ‘홈플러스 정상화’의 시작될지, 아니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지는 정부와 여당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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