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된 9일, 진보당 정혜경 의원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이 국회 농성장에서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학비노조
최근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특징은 ‘시·도교육청별로 제각각이던 급식 식수인원과 배치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급식조리종사자 모두를 급식의 주체로 명명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중앙정부 차원의 급식 책임을 명시한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K-급식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친환경 재료, 다양한 조리법, 무엇보다 맛있는 급식이다. 사실 나의 아이들은 ‘학교에 급식 먹으러 간다’고 대놓고 내게 얘기했었다. 맛있는 급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당시 내가 회사에서 먹던 직장인 급식보다 학교급식이 더 쌌고 더 맛있어 보였다.
이런 세계 최고의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집단 폐암에 걸리고 한여름에는 찜통더위에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최근 이 노동자들을 다시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찌 이리 열악한 환경이 바뀌지 않는지 한숨만 나왔다. 교육부와 노동부 모두 문제라고 생각된다. 특히 실질적인 사용자인 각급 교육청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제각각이었던 배치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이유는 식수인원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배치기준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적정인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근골격계질환을 만성적으로 달고 살아야 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식사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움직이다 보니 여기저기 부딪치고 찢어진다. 멍투성이 몸을 보는 고통을 자주 말한다.
학교급식종사자들의 노동강도를 결정짓는 요인은 매우 많다. 우선 식수인원이다. 인원에 따라 만들어야 하는 음식의 양이 달라진다. 이는 고스란히 노동이 감당해야 한다. 급식을 식당에서 하느냐 교실에서 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이다. 교식배식을 하게 되면 퍼 나르는 그릇도 많아지고 퍼 날라야 하는 업무가 추가된다. 급식을 두 번 하는 꼴이다. 그리고 반찬 수도 중요하다. 통상 김치 포함 4가지가량의 반찬이 제공되는데 레시피도 제각각이고 심지어 8가지 반찬을 제공하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루 몇 회의 급식을 제공하느냐도 인력산정에 반영이 필요하다. 자동화 설비가 어느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는지도 노동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자동(야채)절단기, 자동세미기, 회전되는 국솥 등이 노동강도를 낮출 수 있다. 김치도 직접 담그지 않는다면 역시 노동강도를 낮출 수 있다. 선생님들이 차려진 밥상을 받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급식을 받는다면 노동자들은 덜 힘들 것이다. 선생님들이 추가의 반찬 제공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역시 노동자들은 덜 힘들어질 것이다. 청소를 무자비하게 요구하지 않는다면 청소가 가장 힘든 업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매우 많은 요소가 ‘배치기준 마련’에 반영되어야 한다. 현재 교육부에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유치원, 중학교, 고등학교의 차이를 인력산정에 반영해야 하며 무엇보다 100인 미만의 유치원이라고 하더라도 1인의 조리종사자가 단독으로 작업하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재 그런 곳들이 있다. 조리실은 위험한 도구가 많고 작업자가 더위에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화재에도 취약하다. 회전솥 안전핀이 빠져 뜨거운 국에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사례도 나타난다. 혼자 일하다가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한 학교급식노동자가 뜨거운 연기가 가득 올라오는 솥을 바라보고 있다. (본 사진은 자료사진입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여기에 어처구니가 없어 두 가지만 덧붙이자면 방학 중 무급이라는 문제와 연차 사용 시 대체인력을 해당 노동자가 직접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탈법적이라는 느낌이다. 선생님들은 방학 중에도 월급을 받는다. 교육청이 직접 고용계약한 이 노동자들은 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노동자가 자신의 합법적인 연차를 쓰는데 대체인력을 직접 구하고 휴가를 간단 말인가. 지금까지 수십 년간 너무나 잘 꾸려왔던,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K-급식 노동자들의 처지가 이런 모습으로 존재해 왔다는 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다. 중앙정부의 책임을 명시한 바에 따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