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책임 회피 급급한 ‘쿠팡’... 피해는 소비자·입점업체 몫?

[숨어버린 쿠팡 김범석 3] ‘탈쿠팡’도 마음대로 못 해... 유료회원 즉각적인 탈퇴 안돼

서울 송파구의 쿠팡 본사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쿠팡에서 3,370만명 규모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이커머스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쿠팡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면서, 결국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와 입점업체가 떠안는 형국이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시스템 자체의 해킹이나 침해 정황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인정보가 유출 원인이 퇴직 직원이 내부 시스템에 접근해 빼돌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의 초점을 회사의 보안 시스템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돌린 것이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밝히면서 사용한 ‘노출’이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당시 쿠팡이 내놓은 입장문이나 보도자료를 보면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표현 대신 ‘노출됐다’고 썼다. ‘노출’이라는 단어를 통해 쿠팡의 법적·사회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해석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체계에서는 ‘유출’이 발생하면 기업은 ▲즉각적 신고 ▲이용자 통지 ▲피해 최소화 조치 의무 ▲과징금·과태료 부과 가능 ▲형사 처벌 가능성 ▲손해배상 책임 강화 등의 의무가 생긴다. 반면 ‘노출’이라는 표현은 법률상 명확한 개념이 아니며, 책임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불안한 소비자들... ‘탈쿠팡’도 마음대로 못해


이처럼 쿠팡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쿠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신용카드 정보, 결제 관련 데이터, 로그인 정보는 유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쿠팡을 이용하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원불명의 제3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로 비정상적으로 로그인한 흔적이 있다는 피해 호소가 잇따랐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10일 기준 인터넷 카페는 30개를 넘겼고, 누적 가입자 수도 5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중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한 네이버 카페들의 경우 매일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가입자 수가 14만명에 육박하는 이 카페에 게재된 피해사례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열흘 새 1,460여건에 달했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로는 ‘이상한 문자와 전화가 급격히 증가했다’, ‘쿠팡 계정이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됐다’는 등의 호소가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해당 게시물 작성자들이 관련 기록을 캡처해 공유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 다른 기기에서 접속된 로그인 기록 자료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한 게시물 작성자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쿠팡 계정이 다른 기기들에서 반복적으로 로그인됐다”고 불안해했다. 그는 관련 기록을 캡처해 공유했는데, 다른 기기에서의 로그인 기록은 PC 1건과 휴대전화 4건 등 총 5건이었다.

또 다른 게시물 작성자도 다른 기기 로그인 기록을 공유했는데, 접속 지역이 ‘대한민국’이 아닌 필리핀 등 해외이거나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표시된 것이 여러 건이었다.

하지만 쿠팡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현안 질의에 참석한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는 관련 질문에 “유출된 회원 개인정보에 로그인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도 “‘언노운(Unknown)’ 로그인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를 신속히 파악해 고객들에게 알리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만 내놨다.

본인도 모르는 물건이 해외 배송되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통관 문자를 캡처해 공유한 한 게시물 작성자는 “결국 직접 연락해 해당 해외배송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로 로켓직구용 개인통관번호까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들어 로켓직구용 개인통관번호 유출 의혹이 확산하면서 재발급 신청이 폭주해 관련 시스템 접속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틀간 통관번호 재발급 건수는 42만2,044건에 달했다. 이는 올해 1∼10월(11만1,045건) 통관번호 재발급 건수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쿠팡은 통관번호 유출 가능성 역시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과방위 관련 질의에 대해 “결제 정보는 내부망과 분리돼 별도 보관하고 있어 유출되지 않았다”면서도 “전체 피해 규모는 조사 중이며,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겪는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쿠팡 유료서비스 ‘와우 멤버십’을 이용 중인 회원은 즉각적인 회원 탈퇴가 불가능해 소비자들을 답답하게 했다. 쿠팡 이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와우회원’은 온라인과 유선전화를 통해 회원탈퇴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두 방법 모두 즉각적인 회원탈퇴는 안 된다

쿠팡 사이트를 통해 회원탈퇴를 신청하면, 우선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고 멤버십 잔여기한이 지난 뒤에야 회원탈퇴가 가능하다. 유선통화를 통해 쿠팡 고객센터에 회원탈퇴를 요청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틀에 걸쳐 탈퇴심사까지 거쳐야 해 회원 탈퇴하는 데도 심사받고 '탈퇴자격'이 되는지 통보받아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두 경우 모두 ▲잔여 월회비 환불 불가 ▲탈퇴고객의 개인정보 90일 보관 조건에 대한 고객 동의를 거친 뒤에야 회원탈퇴가 이뤄진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추진 중인 참여연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즉각적인 탈퇴 거부는) 사실 플랫폼 기업 대부분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소비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라며 “하지만 기존 시스템이 그렇더라도 명백히 기업에 책임이 있는 사고가 벌어졌다면 빠르게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데, 쿠팡은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이토록 오만방자한 쿠팡을 만들어 낸 건 쿠팡의 높아진 시장지배력”이라며 “쿠팡은 마치 지금만 지나가면 된다는 듯하고 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쿠팡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만”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소비자 불신에 입점업체 직격탄... “갑자기 주문 ‘뚝’ 끊겼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피해는 입점업체들도 피하지 못했다. 이미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포함된 민감 정보 유출이 뒤늦게 확인되고, 정부가 2차 피해 우려를 거듭 경고하자 구매를 멈추거나 탈퇴하는 소비자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한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쿠팡의 셀러(입점 판매자)라고 밝힌 한 소상공인은 “우리 온라인 매출의 70% 이상이 쿠팡에서 발생하는데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주문이 30% 넘게 줄었다”고 한탄했다.

2023년 기준 약 쿠팡과 거래하는 입점업체는 23만명 규모로 이들의 한해 거래금액은 약 12조원에 달한다. 쿠팡의 2025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의 입점업체 중 중소상공인 비중은 무려 75%에 육박했다.

쿠팡 의존도가 높은 다른 중소상공인 입점업체들의 상황도 대부분 비슷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쿠팡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그런데 갑자기 주문이 뚝 끊겼다”면서 “지금이라도 다른 플랫폼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냐”고 조언을 구했다.

실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 이용자 수는 급감하고 있다.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1일 1,798만8,84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불과 닷새만에 6일 1,594만746명으로 204만명 넘게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상공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은 쿠팡을 향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한편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4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고객들의 ‘탈쿠팡(쿠팡 탈퇴) 러시’로 인해 쿠팡 입점 소상공인들의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며 소상공인 브랜드 이미지 및 고객 신뢰도 하락 또한 우려된다”면서 “무엇보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하면 소상공인들의 고객정보에까지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영업내역 유출도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체계적인 보상 및 소상공인 지원 대책 마련을 최우선으로, 보안 시스템 등 관리 체계를 원점 재검토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소공연은 “이번 사태로 우려하던 소상공인들의 영업내역 관련 해킹 피해가 발생된다면, 쿠팡 입점 소상공인 및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 소상공인들을 망라해 집단 소송을 조직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피해 보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설 방침”이라고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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