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연기·악천후·성희롱 속에서 일했다”… 국회서 울린 관광노동자들의 절규

국회서 첫 ‘관광노동자 처우 개선’ 토론회… “VIP는 보호하면서 노동자는 방치하나”

11일 국회에서 열린 ‘관광노동자 노동실태조사를 통해 본 노동환경·처우 개선 과제’ 토론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11일 국회에서 열린 ‘관광노동자 노동실태조사를 통해 본 노동환경·처우 개선 과제’ 토론회에서는 관광산업 노동자들이 겪는 열악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카지노·골프장·호텔 등 관광서비스업 전반에 걸친 불안정 노동, 안전 사각지대, 장시간 노동, 저임금 현실이 현장 노동자의 생생한 증언니 이어졌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진보당 손솔 의원은 “관광산업의 매출은 늘었지만 안정적 고용과 처우는 오히려 후퇴했다”며 “관광산업이 사람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이기헌 의원 역시 “관광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인데, 그 핵심이 가장 취약하게 방치돼 있다”고 꼬집었다.

서비스연맹 김광창 위원장은 “관광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장시간·저임금·감정노동이 노동자의 안전과 존엄을 침식시키고 있다”며 “관광혁신을 말하기 전에 노동조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화월드카지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부경돈 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담배연기·욕설·성희롱 속 8시간… “인권의 기준이 바닥에 떨어졌다”


신화월드카지노에서 근무하는 부경돈 노동자는 카지노 노동 현실을 “인권의 최저선이 사라진 일터”라고 말했다.

“고객이 1미터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재떨이 대신 음식그릇을 쓰기까지 합니다. 그걸 제지하면 회사가 ‘큰손님인데 그냥 모른 척하라’고 합니다. 참다 병원에 실려가는 동료도 많습니다.”

그는 VIP룸의 실태를 직접 언급했다.

“VIP룸은 아예 문을 잠그고, 특정 직원만 들여보냅니다. 젊은 여성 노동자를 별도로 대기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근무, 성희롱과 욕설은 일상의 일부입니다. 현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부 씨는 금연제도 도입, 성희롱 대응 매뉴얼, 노동자 주도 안전권 강화 등을 국회에 요구했다.

아덴힐리조트·골프 캐디 노동자 송은채 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비바람·낙뢰·폭염 속에서 일하는 캐디… “왜 우리의 안전은 후순위입니까?”


아덴힐리조트·골프 캐디 송은채 씨는 악천후 현장을 “생존을 걸고 일한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앞 홀도 안 보입니다. 강풍에 발이 휘청이고, 낙뢰 경보가 울려도 우리는 코스 위에 있습니다. 골퍼를 먼저 대피시키고 나야 우리가 움직입니다. 사고는 늘 캐디에게 먼저 일어납니다.”

캐디들은 하루 배정이 없으면 수입이 0원인 구조, 주말 필수 근무, 새벽 출근, 감정노동이 겹쳐 정신적 소모가 매우 크다.

“골프장은 ‘고객의 기분’을 중시합니다. 실수가 골퍼에게 있어도 캐디가 눈치를 봐야 하고, 팀 분위기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안전·소득·인권이 모두 취약한 구조를 이제는 고쳐야 합니다.”

30년째 호텔에서 일해온 노동자 박원양 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호텔 노동자는 대한민국과 다른 시간대에서 산다”… 장시간·저임금·고용불안


30년째 호텔에서 일해온 박원양 씨는 “평범한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살아왔다”고 말했다.

“주말은 꿈도 꾸지 못하고 일합니다. 딸과 놀이공원에 제대로 가본 적이 없습니다. 경조사 참석도 눈치 봐야 하고, 지인들은 제가 모임에 나가면 ‘오늘 쉬는 날이냐’며 놀랍니다. 호텔 노동자는 대한민국과 다른 시간대에서 삽니다.”

그는 인력 부족이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이 두세 사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고객 컴플레인 대응까지 모두 노동자 몫입니다. 호텔은 자주 매각 논란이 생기고, 그때마다 우리는 또 고용불안을 겪습니다.”

 “관광산업이 무너진 건 숫자가 아니라 ‘일자리 질’ 때문”


발제자로 나선 서비스연맹 백남주 정책연구원장은 지난 9월~10월 서비스연맹과 손솔 의원실이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저임금·장시간 노동·휴식권 미보장·감정노동 고강도·고용 파편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몇 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산업 전반이 불안정 노동을 기본 구조로 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산업은 회복됐다지만,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더 후퇴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발제자로 나선 서비스연맹 백남주 정책연구원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코로나19 이후 산업 회복의 불균형도 지적했다. “매출은 회복됐지만 고용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호텔·카지노 등 대규모 사업장 고용이 크게 줄었고, 영세·소규모 사업장이 폭증하면서 노동조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됐습니다. 산업이 회복된 게 아니라, ‘값싼 노동’을 기반으로 재편된 것입니다.”

노동환경 악화가 산업 경쟁력 자체를 갉아먹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관광은 결국 ‘노동집약 산업’입니다. 숙련·전문성·서비스의 질은 노동자의 경험에서 나오는데, 불안정 노동 구조에서는 그것이 쌓일 수 없습니다. ‘일자리 질’이 산업 경쟁력입니다.”

백 연구원장은 구체적 정책 제안으로 ▲관광산업 노동자 표준임금체계 도입 ▲악천후 작업중단 기준 제도화 ▲호텔·카지노 금연·안전·감정노동 보호 의무 강화 ▲고용 재편 시 노동자 참여권 보장 ▲영세사업장 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가 책무 강화 등을 제시했다.

“관광산업의 화려함은 노동자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


관광레저산업노조 최대근 위원장은 이번 토론회가 “관광산업의 화려한 이미지를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처음으로 국회 앞에 드러난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문제들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병폐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관광산업은 늘 ‘국가의 미래 먹거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미래가 노동자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은 외면돼 왔습니다. 실태조사 결과는 명확했습니다”라며 “저임금·장시간 노동·감정노동·외주화·고용불안이 카지노, 골프장, 호텔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확인됐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카지노 노동자는 담배연기와 폭언, 성희롱을 견디고 있고, 캐디들은 비바람과 낙뢰 속에서 생명을 걸고 일하고 있습니다. 호텔 노동자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속에서 기본적인 휴식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고객 서비스’를 이유로 노동자의 문제 제기를 막아왔습니다. 산업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그 성장은 노동자의 건강과 권리를 갉아먹는 방식으로 이뤄진 성장입니다.”

최 위원장은 관광산업의 경쟁력 자체가 노동자의 경험과 숙련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며 “관광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숙련과 경험이 쌓여야 서비스도 성장합니다. 그런데 노동자가 떠나는 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우리는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닙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정당하게 보상받을 권리, 사람으로 대우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오늘 국회가 이 목소리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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