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삶과 가난한 노년의 희망사항을 무대 위에 올린 젊은 예술가의 창작극이 관객을 만난다. ‘오늘은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춤추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집단 창작 과정을 거친 이오진 작·연출 신작, 연극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이다. 20~50대 여섯 배우가 들려주는 자기 서사는 시작부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춤추는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빈곤한 노년의 삶이 걱정되는 것은 대부분 같을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은 “한국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이 40%에 달해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2025년 3월 24일)”이라고 밝혔다. 고령자 통계(2022년)에 따르면 노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응답은 51%에 그친다. 여전히 절반 가까운 이들이 준비 없이 노년을 맞는다.
20~50대 여성들의 서사로 엮은 연극
현실은 어렵고, 극 속 노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대에는 서로 다른 연령대의 여성들이 등장해 노래를 시작하면 그 가사가 무대 전면에 투사된다. “어떤 여자들은 노벨상을 타고, 어떤 여자들은 아파트에 산다. 이것이 불평등한가?”라는 문장은 ‘여자’를 ‘사람’으로 바꿔도 여전히 유효하다.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 ⓒ이서염@hagozebee
연극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는 2막 구조다. 1막 '2025년의 여자들'에서 여섯 배우가 자기 이름 그대로 등장해 각자의 현실을 털어놓는다. 배고픈 연극배우, 방송·연극을 오가며 생계를 꾸리는 배우, 부유한 집안이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한 여자 등 모두가 불안과 우울 속에 살아간다.
2058년, 함께 늙어가는 여자들… 불안 속에서 찾는 희망
2막은 2058년. 이들은 모두 늙었고 함께 살고 있다. 생활동반자법과 사회적 가족법이 법제화되면서 공동체로서 서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년은 결국 죽음과 가까워지는 시간이며, 가장 젊은 유림의 사고 소식이 이들을 흔든다.
유림은 여섯 명 중 유일하게 사업을 이어왔고 재산도 남겼다. 그의 죽음은 슬픔과 함께 ‘상속’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공동체 가족인 이들은 모두 상속 가능성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갈등이 터진다. 누가 더 많은 지분을 가져갈 것인가를 두고 이어지는 씁쓸한 대립은 노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 ⓒ이서염@hagozebee
결국 이 작품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노년을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돌려놓으며, 불안한 오늘에 대한 ‘희망사항’을 탐색한다. 대진, 화정, 순미, 미영은 2058년 이후에도 계속 함께 살아간다. 그들이 진짜 ‘춤추는 할머니’가 되었는지는 무대에서 직접 확인하면 된다.
음악과 공동창작이 만든 '혼종'의 음악극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혼종’에서 차용한 단어처럼, 이 작품은 여러 양식을 혼합하는 음악극을 지향한다. 음악은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최우수 모던록 음반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단편선이 맡았다. 두산아트센터와 호랑이기운이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12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연극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
공연기간: 2025년 11월 26일(수) ~ 12월 14일(일) 화·수·목·금 19:30 / 토·일 15:00 / 월요일 쉼 관객과의 대화: 12월 13일(토) 15시 공연 종료 후 김유림·김은희·이화정·정대진·황미영·황순미(작·배우) / 진행 이오진(작·연출)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연시간: 90분 관람연령: 13세 이상 창작진: 작·연출 이오진 / 작곡 단편선 / 드라마터그 장지영 작·출연 김유림·김은희·이화정·정대진·황미영·황순미 / 프로듀서 강윤지 출연진: 김유림·김은희·이화정·정대진·황미영·황순미 예매: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