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박영환 위원장이 19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악성민원 해결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전교조
교권 추락에 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지 오래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생활 지도나 수업 시 발생한 사안이 오해를 낳아 교사의 자율적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교사의 소신 있는 수업 및 교육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결국 공교육 전체의 교육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 교사, 보호자 그리고 보다 큰 범주인 학교 및 교육청 간의 신뢰 회복과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건강한 교육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 전달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인간관계가 교차하고 상호작용하는 복합적인 사회이다. 그렇기에 학교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교육 현장에는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는 교권의 추락과 교사의 심리적 소진이다.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관계적 스트레스와 악성 민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학교’라는 공동체와 관련 있는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과제이다.
발령 초기 맞이한 민원, 고립감 느끼며 휴직으로
발령 초기 고학년 담임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나는 학교 내에서 오랫동안 지도에 어려움을 겪어온 학생과 그 보호자로 인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적이 있다. 해당 학생은 또래 관계에서 큰 어려움을 보였다. 모둠 활동뿐만 아니라 비교적 소수로 이루어진 짝 활동을 진행할 때조차 다른 학생과 갈등을 일으켰다. 학업 성취도는 매우 높았으나 앞서 말한 성향으로 인해 ‘작은 사회’라고도 하는 학교에서의 적응은 어려웠다. 또한, 저학년 시절부터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어 학생 본인도 학급 내 관계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지속하여 생활 지도를 하였으나, 학생은 담임 교사인 나에게까지 불신을 드러내며 관리자를 찾아가 교사가 자신을 학대한다는 식으로 진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보호자 또한 학교에 대한 불신을 보이며 민원을 제기하였고 일상적인 생활 지도에도 과도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담임 교사로서 기본적인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 힘들었던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자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협조보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정작 피해를 보고 있는 교사 본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휴직의 뜻을 내비치니 관리자로부터 ‘휴직하면 남은 학생들은 누가 책임 지느냐’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심리적으로 소진되어 결국 휴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경험은 나에게 ‘교사에게도 심리적·물리적 측면의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라는 인식을 깊게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큰 상처로 남은 것은 학생과 보호자와의 갈등 상황에서 느낀 고립감이었다. 학교는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고, 문제 상황을 조속히 끝내기 위해 급급할 뿐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의 원인은 교사 개인의 역량 부족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발달심리학자인 브론펜브레너의 생태학적 심리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문제는 개인 내적 문제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외부 환경의 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교사의 경험 부족을 들 수 있다. 나는 저경력 교사로서 복잡한 문제 상황을 경험적으로 대처해본 적이 없었고, 학생이나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했다. 특히, 보호자와의 대화에서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역량은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경우가 많기에 저경력 교사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편, 다양한 외부적 요인 역시 이 문제를 심화시킨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보호자의 태도,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지원 부족, 교사 보호 시스템의 부재 및 학교의 소극적 민원 대응, 교직을 바라보는 부정적 사회 분위기 등이 그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교권이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상황 속에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개입조차 ‘가해’로 왜곡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문제 해결의 부담은 온전히 교사 개인에게 전가된다. 이처럼 나의 경험에서 개인, 조직,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교사를 고립시키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뒤 환호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교사가 존중받는 학교에서 학생도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는 ‘보호자 상담과 대화법 연수’, ‘문제 학생 분리 조치 제도’, ‘교권 보호 위원회’, ‘교원 심리 상담 지원’ 등 교사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되어 있다. 즉, 교사에게 아무런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학교 현장에서는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제도들이 실제 현장에서 충분히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부분의 조치가 사후 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갈등 발생 자체를 예방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야 비로소 대응이 이루어지는 구조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편적인 제도 개선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결국 교육의 세 주체인 교사-학생-보호자 간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학교 구성원 전체가 공동체적 인식하에 함께 협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관리자와 교사,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는 교육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공동체가 서로를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기에 그 과정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느냐에 있다. 관계의 회복은 단순한 제도 개선만으로는 어렵다. 제도적인 도움을 바탕으로 현장 맞춤형 노력이 모여야만 학교 구성원 간에 존중과 협력의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교사의 교육활동이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교사가 바로 서야 학생이 바로 선다”라는 말처럼, 교사가 안정된 환경에서 학생 교육에 몰입할 수 있어야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존중받는 학교 문화 안에서 학생 역시 존중받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로의 회귀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며 건강한 교육 관계를 맺는 ‘상호 존중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참된 교육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