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공개된다.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뜻의 이 유묵은, 사형을 앞둔 순간까지도 제국주의의 종말과 동양 평화를 확신했던 안중근의 역사 인식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다.
경기도는 오는 12월 20일부터 내년 4월 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 통일이 독립이다’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적 없던 ‘장탄일성 선조일본’ 유묵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된다.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죽음 앞에서도 흔들림 없던 안중근
이번에 공개되는 유묵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제국 관동도독부 고위 관료에게 건넨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해당 관료의 후손이 일본에서 보관해 왔으며, 최근 경기도가 일본 소장자와의 협상을 통해 국내 반입에 성공했다.
여덟 글자로 압축된 이 문장은 단순한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침략과 지배로 유지되는 제국은 결국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안중근의 확고한 역사관과 세계관을 담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림 없었던 그의 기개와, 제국주의 일본을 향한 단호한 인식이 응축된 유묵이라는 평가다.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 통일이 독립이다’ ⓒ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힘을 모아 일본에 있는 안중근 유묵을 확보해 왔다”며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국내로 들여왔고, 또 다른 유묵 ‘독립’ 역시 조국의 품으로 돌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이 독립이다’… 안중근 정신을 오늘의 과제로
이번 특별전은 유물 전시에 그치지 않고, 안중근 정신의 현재적 의미를 묻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제국주의 쓰나미와 사대주의로부터 독립’, 2부는 ‘독립전쟁과 동양평화의 꿈’, 3부는 ‘조일과 광복, 그리고 남북분단’이라는 주제로 안중근이 살았던 시대와 그가 남긴 사상적 유산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 개막일인 12월 20일 오후 4시 30분에는 경기도박물관 아트홀에서 개막식이 열리며, 같은 날 ‘안중근 통일평화포럼’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관람은 무료다.
박래혁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자리이자,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뜻을 오늘의 평화와 통일 담론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라며 “경기도는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는 문화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