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120여년 전 ‘제물포 개항장’ 영상발굴

사라진 개항장의 시간을 건져 올린 기록영상 발굴 성과

제물포항 풍경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한국 근대사의 시작점 가운데 하나인 인천 제물포 개항장의 모습이 약 120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현존 자료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제물포 개항장 영상으로 추정되는 무성 기록영화를 발굴해 인천시에 제공했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개항기의 풍경이 필름 속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이번에 확인된 영상은 1908년부터 1910년 초 사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성 기록영화로, 네거티브 질산염 35mm 필름을 원본으로 한다. 영상의 제명은 '한국 : 서울과 제물포항 풍경(Corée : vues de Séoul et du port de Chemulpo)'이다. 프랑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보존고에 다른 제목으로 등록돼 있던 필름을 한국영상자료원이 조사·검토하는 과정에서 내용에 맞게 제목을 바로잡았다.

문헌을 넘어 영상으로 확인된 개항장의 일상과 공간


영상은 20세기 초 한국의 도시와 항구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반부에는 1915년 철거 이전의 돈의문(서대문) 일대 모습이, 후반부에는 경인선 시종착역이 있던 인천정거장 인근 제물포 개항장의 풍경이 담겼다. 항만 시설과 도시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서울 돈화문 풍경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특히 하역 인부와 지게꾼, 노점 행상 등 개항장 일대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조선인들의 모습은 당시 일상의 온도를 그대로 전한다. 약 120년이 지난 지금도 간판과 문자 판독이 가능할 정도의 화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영상의 가치를 높인다. 기존 문헌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임시 세관청사 건립 시기와 1906~1909년경 세관 용지 매립 및 건축 공사 과정이 영상으로 확인되면서, 인천 개항장 형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시각 자료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해외 보존고에서 되살아난 한국 근대사의 영상 기록


이번 발굴은 2023년 11월, 영상자료원이 프랑스 출장 중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보존고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질산염 네거티브 필름의 존재를 확인하며 시작됐다. 이후 2024년 5월 현지를 다시 찾아 필름 상태를 점검했고, 공동 복원과 수집에 합의했다.

제물포항 풍경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복원 작업은 2024년 6월부터 프랑스 파리의 ‘리마지네 리트로바타’ 지사에서 진행됐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전체 복원 감독을 맡고, 영상자료원은 작품 제목과 제작연도 판별, 한국어·불어 영상 해설 자막 작업을 담당했다. 그 결과 상영용 프린트는 물론 4K 디지털 스캔 영상 파일과 사운드 파일까지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영상자료원은 이번에 발굴한 제물포 개항기 영상을 인천시에 제공했으며, 해당 자료는 향후 도시 역사 콘텐츠와 전시 영상, 연구·교육 자료 등으로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다. 영상자료원은 “해외에 소장된 한국 관련 영상 자료에 대한 조사와 공동 복원을 지속해, 근대기 한국의 영상 기록을 체계적으로 발굴·보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잊힌 시간 속에 잠들어 있던 제물포의 풍경은 이제 단순한 과거가 아닌, 오늘을 비추는 귀중한 기록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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