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기록’이 죄가 됐다… 정윤석 감독, 24일 항소심 선고

서부지법 폭동 현장 찍었을 뿐인데 벌금형… “기록한 예술가를 가해자와 같은 자리에 세웠다”

'서부지법 폭동'을 기록한 정윤석 감독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무죄 탄원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21. ⓒ뉴시스

‘서부지법 폭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오는 24일 나온다. 폭동에 가담하지 않고 공적 위기 현장을 기록했을 뿐인 예술가를 가해자와 동일선상에 놓은 1심 판결의 부당성이 항소심에서 바로잡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감독은 12·3 비상계엄 이후인 2025년 1월 19일 새벽, 윤석열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건물을 파손하고 난입한 폭동 현장을 촬영했다. 그는 다른 취재진과 마찬가지로 이미 개방돼 있던 후문을 통해 경내에 들어가 기록 활동을 했을 뿐, 폭력 행위에는 일절 가담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 감독은 현장에서 수차례 최루액을 맞은 뒤 체포됐고, 약 80시간 가까이 구금됐다. 수사 과정에서 혐의는 여러 차례 바뀌었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가 기각된 뒤 결국 폭동 가담자들과 함께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정 감독이 촬영한 영상은 이후 실제 폭동 가담자들을 특정하는 수사 채증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기록은 수사에 쓰이고, 기록자는 피고인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일반 주거침입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폭동에 가담하지 않았고, 이미 열려 있던 출입구를 통해 들어간 점, 기록 목적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유죄’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다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폭동을 기록한 행위와 폭동 가담 행위를 구분하지 않은 채, 예술가의 기록 행위 자체를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으로 파손된 시설물들과 집기 모습. 2025.01.19. ⓒ뉴시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분명하다. 공적 위기 상황을 기록한 예술가의 행위가 과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기록은 공익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수사에 활용되었지만, 정작 기록자는 폭동 가담자들과 같은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는 기록과 폭력, 표현과 범죄의 경계를 무너뜨린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가의 용기가 유죄가 된다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정윤석 감독의 무죄를 촉구하는 탄원서도 재판부에 제출됐다.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공동으로 제안한 이번 탄원서에는 단체 56곳, 개인 2,677명이 연명했다.

탄원서에는 정 감독이 20여 년간 한국 사회의 주요 사건과 상처를 기록해 온 창작자이며,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 온 인물이라는 점이 담겼다. 특히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취재한 다른 이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기소가 평등의 원칙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의 용기가 유죄가 된다면, 앞으로 또 다른 재난과 위기의 순간에 어느 누구도 진실을 마주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24일 항소심 선고…사전 브리핑·기자회견도 예정


정윤석 감독의 항소심 선고 재판은 12월 24일(수)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같은 날 오전 9시 30분에는 법원 앞 법원삼거리에서 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 공동 주최 단체와 변호인단의 사전 브리핑이 진행된다.

선고 직후인 오전 11시 30분(예정)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릴 예정이다. 기록한 예술가를 처벌한 1심 판단을 되짚고, 항소심 판결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자리다.

폭동을 기록한 카메라가 죄가 될 수 있는지, 위기의 현장을 남기는 일이 범죄가 될 수 있는지. 24일 내려질 항소심 판결은 정윤석 감독 개인을 넘어, 기록과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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