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맞춤통합지원, 줄여서 ‘학맞통’.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위기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돕겠다는 취지의 제도이다. 무척 아름다운 정책이지만 시행을 불과 두 달 앞둔 지금, 교사들에게 학맞통은 공포와 분노의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교사 사회에 공유된 학맞통 ‘우수 사례’는 기름을 부었다. 교사가 학생 집을 찾아가 막힌 변기를 뚫어주고, 함께 밥을 먹으며 상담을 하고, 심지어 대출 갈아타기까지 알아봐줬다는 이야기가 정책의 성과처럼 소개됐다. 미담처럼 포장됐지만, 교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게 정말 교육 정책이 맞느냐”는 질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복합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별 상황에 맞게 지원하겠다는 방향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교사는 많지 않다. 오히려 교사들은 오래전부터 위기 학생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지 말고, 학교 공동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을 나누자고 요구해왔다. 그런데도 지금 교사들이 학맞통의 시행 보류나 폐지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가 학생 집 변기를 뚫어주고, 대출 갈아타기 알아봐줬다는 ‘우수 사례’
학생맞춤통합지원 매뉴얼에 나온 지원 계획 예시 ⓒ필자 제공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2023년 여름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학교에서 생을 마감한 젊은 교사의 죽음 이후, 연인원 78만 명의 교사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11차례에 걸친 전국교사집회에서 교사들이 외친 것은 분명했다. 교육활동을 지킬 제도적 장치, 그리고 위기학생 문제를 교사 혼자 떠안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수년 전부터 위기학생 지원 정책을 준비하고 있던 교육부의 정책과도 맞닿아 있었어, 이듬해 말 이 법안은 쉽게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이 통과된 이후, 교사들이 마주한 현실은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 교사들은 위기학생 지도를 위한 학교 내 협업을 기대했지만, 교육당국이 준비해온 것은 학교를 종합복지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설계도였다. 학교 안에 이미 존재하는 인력과 공간을 최대한 끌어다 쓰겠다는 발상이 학맞통의 골격을 이뤘다.
국회 교육위원회를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한 이 법은 교육당국의 구상대로 종합복지 정책의 얼굴을 하고 학교로 들어왔다. 최근 진행된 학맞통 연수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나자, 교사들은 당혹감을 넘어 아연실색했다. 매뉴얼은 관찰, 진단, 신청, 점검, 관리 같은 행정 용어로 가득했고, 교육 언어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학생 지원 범위는 학습을 넘어 복지, 건강, 진로, 상담까지 넓게 설정돼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누가, 어떤 책임으로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흐릿해 새 학기를 앞둔 학교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겉으로 보면 한 명의 학생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품자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취지’ 아래에는 교사에게 쏟아지는 복지·행정 업무의 파도가 숨겨져 있다. 지금도 수업, 생활지도, 각종 행정업무로 숨이 가쁜 교사들에게 학맞통은 어깨 위에 올려진 또 하나의 행정 짐이다. 이미 짊어진 짐 위에 물 먹은 소금 자루를 얹는 격이다. 교사들이 분노를 느끼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학교를 교육기관과 함께 돌봄·복지기관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늘봄학교를 거쳐 이제 학맞통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제도가 학교 문턱을 넘고 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모두 필요해 보이는 정책들이다. 그러나 누적된 결과는 명확하다. 학교는 점점 교육기관이 아닌 만능 행정기관처럼 취급되고, 교사는 그 모든 것을 처리하는 ‘최전선 행정인력’으로 동원된다.
불을 끄는 소방관에게 분리수거장을 관리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에게 도시락 배달이나 긴급 생계비 상담을 맡기지 않는다. 그러나 교사에게는 이런 요구가 너무 쉽게 떨어진다. 수업과 생활지도 외에도 기간제 교사 채용, 방송 장비 점검, 방과후 운영, 학교 회계, 각종 학생 복지 서비스까지 교사의 몫으로 돌아온다. 학교와 교사를 행정 논리로 활용해온 결과다.
2023년 9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입법촉구 7차 교사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9.2 ⓒ뉴스1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야
이 과정에서 정작 교육에 써야 할 에너지는 새어 나간다. 교실에서 학생을 만나고, 수업을 준비하고, 관계를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할 힘이 행정과 복지 업무 속에서 소모된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학맞통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망설인다. 학생의 행복을 가로막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역할과 책임의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 소방관이 화재 진압에 집중하고, 의사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필요하듯, 교사 역시 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직무 밖 행정과 복지 업무를 덜어내는 일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챙기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율과 책임성을 지키는 기본 조건이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학교의 성격이 바뀌어 온 이 흐름에 제동이 필요하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바로 눈앞까지 밀려온 교육복지행정 쓰나미, 학생맞춤통합지원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