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2026년 업무보고에서 K-컬처 산업 확대와 글로벌 수출을 문화정책의 중심으로 제시한 가운데,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 이를 정면 비판하며 “지역을 문화의 주체로 세우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민예총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중앙에서 기획한 콘텐츠를 지역으로 확산하는 방식은 지역문화 격차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며, 문화정책의 핵심 원칙을 ‘향유 기회의 확대’가 아닌 ‘결정 권한의 분산’으로 재정립할 것을 요구했다.
“지역문화 격차의 본질은 ‘접근성’이 아니라 ‘권한 집중’”
한국민예총은 문체부 장관이 지역문화 격차 해소 방안으로 언급한 K팝 아이돌 공연, 국립박물관 대표작의 지역 순회 전시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오해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역문화 격차는 유명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적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획·선택·결정 권한이 중앙에 집중된 구조 속에서 지역이 문화의 소비자로 머물러 온 것이 핵심 문제”라고 짚었다.
중앙 기획 콘텐츠의 지역 순회는 일시적으로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힐 수는 있지만, 지역이 스스로 문화적 판단을 내리고 장기 전략을 설계할 자생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민예총은 이를 두고 “지역을 중앙 문화의 확산 경로이자 소비처로만 인식하는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자치 실현 위해 지역 주도 거버넌스 구축해야”
한국민예총은 현재의 정책 기조가 오히려 지역문화의 자립을 저해하고 중앙 콘텐츠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화소비 바우처, 청년 문화예술패스 등 소비 중심 정책 역시 개인의 향유권 확대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지역 창작자와 기획자가 뿌리내릴 수 있는 생태계 조성과는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문화지수 도입 등 정량 지표 중심의 정책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한국민예총은 “문화는 수치로 환원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비교와 서열화 중심의 정책은 지역의 문화 실험과 역량 강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민예총은 ▲문화자치를 지역문화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설정하고 법·제도 개선 ▲정책 목표를 ‘향유 기회의 균등’에서 ‘결정 권한의 분산’으로 전환 ▲지역 주도 문화 거버넌스 구축과 기획 자율권·예산 재량권 보장 ▲소비 지원과 생산 기반 지원의 명확한 구분 및 지역 생산 기반 강화 등을 문체부에 요구했다.
한국민예총은 “진정한 균형 발전은 지역에 더 많은 중앙의 시혜를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역이 소비자가 아닌 기획자로, 관객이 아닌 무대의 주인공으로 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 정책이 본격화되는 2026년은 그 방향을 근본적으로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임 있는 응답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