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월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6. ⓒ뉴시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별로 받은 업무보고가 모두 생중계됐다. 총 6일간 진행된 업무보고의 모든 과정이 1780분간 생중계됐다. 사상 최초다.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보고는 높은 시청률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잼플릭스'라는 별칭도 붙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는 국무회의를 비롯해 대통령의 주요 행사를 상당 부분 생중계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는 광복절 등 주요 기념일 행사 정도만 생중계하거나 대통령 모두발언 정도만 공개했는데, 이제는 국정에 관한 논의 과정이 생생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앞서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대변인 브리핑이 쌍방향으로 생중계되기 시작했다. 기자 낙인찍기 등의 우려도 제기됐지만 반년이 지나면서 안정화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는 이것도 모자라 새해 들어 생중계 시스템을 전 부처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025년 마지막날 브리핑에서 "국무총리와 각 부처가 시행하는 행사 중 정책적으로 중요한 현안이나, 국민이 관심을 갖을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생중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각 부처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정책토론회 같은 행사도 생중계 범위에 넣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장관들이 실무 책임자들과 정책을 두고 토의하는 과정도 전 국민이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장관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여러차례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해봤으니, 예행연습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이제 실전이다.
생중계는 "개방하면 할수록 국정이 더 투명해진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확실히 반영된 정책이다. 박근혜와 윤석열은 밀실 국정을 하다가 결국 탄핵을 맞았다. 비선실세가 세상에 까발려졌다. 이재명 정부의 개방 정책에는 불행했던 과거와 분명히 단절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효과는 분명히 있다. 공직사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주권을 가진 국민들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 그 어느 것보다도 강력하다. 실시간으로 오가는 대화 속에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바로 잡는 것도 결국 생중계를 지켜보던 국민들이다. 무사안일한 관료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준다. 한편으론 공직자들 입장에선 스타가 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실력을 발휘한다면, 그래서 대통령 눈에 띈다면 단숨에 승진할 수도 있다.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하나의 권력집단이 되어버린 언론에도 경종을 울린다. 생중계는 누군가 흘려준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한 왜곡 보도를 견제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이 선택한 정보만 들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도 얼마든지 찾아서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정책의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생중계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말단 직원들도 본다. 상급자의 뜻이 무엇인지 9급 공무원까지 그 자리에서 직접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 처리 과정은 일관될 것이고, 그러면 속도는 빨라진다. 누구 하나 감히 여유 부릴 수도 없다. 정책의 효능감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새로운 것도 아니다. 성남시장 시절 집무실에 CCTV를 설치했던 파격적인 행보의 연장선이다. 성남시절을 거쳐 경기도지사를 하면서도 회의 생중계는 기본이었다. 이 대통령 참모들에게도 익숙한 업무 형태다.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다.
생중계는 단순한 정책을 넘어 정치의 문화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 임기가 끝나고 다른 정부가 들어섰다고 이미 시작된 생중계를 멈추긴 어려울 것이다. 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들고나온 화두가 '새정치'였다. 그동안 '새정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해서 늘 논란이었는데, 이 대통령이 이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새정치'는 복잡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일하는 정부'와 '국민주권'이란 당연한 원리에 기반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국민들이 관람자를 넘어 직접 참여자로서 역할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