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3일(현지시각) 특수부대를 앞세워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침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명백히 독립국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고, 국제법을 위반한 군사행동이다. 군사력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타국을 침공해 현직 국가원수를 납치한 트럼프의 행위는 국제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으며, 결국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미국이 감행한 침공작전을 보면, 오래 전부터 무력 사용을 상정하고 준비했음을 보여준다. 마두로 대통령의 관저와 동선, 주변 시설 배치는 물론 반려견 이름까지 파악하고 실물 크기 모형을 설치해 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랜 시간 국제사회는 물론 자국 의회까지 완벽히 속이고 국민들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전쟁을 일으켰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조직의 수괴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이미 자국에서 기소됐음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마약밀매와 마두로 대통령의 상관성은 명확하지 않은데다 그와 상관없이 주권국가의 현직 국가원수를 미국 맘대로 체포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다른 나라가 미국과 같은 행위를 했을 때 트럼프의 반응은 안 봐도 뻔하다. 이런 기준이면 세계 모든 나라 정상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침공은 몇 가지 목표를 가졌다. 우선 베네수엘라와 중남미에서의 정치적 주도권 확보다. 미국의 뒷방이었던 중남미는 상당기간 좌파운동이 상승기를 맞았고, 지금도 좌파정부가 집권하고 있거나 상당한 정치력을 가진 곳이 많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의 노골적인 개입을 타고 우파정치가 반격을 가하는 형국이다. 이른바 핑크 타이드와 블루 타이드의 격돌이다. 그중 반미 입장이 가장 선명한 마두로 정권을 붕괴시킴으로써 중남미 전체에 미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속셈이다. 또한 세계에서 매장량이 가장 많은 석유를 차지하려는 야욕을 트럼프 대통령은 침공 당일 마러라고 별장 기자회견에서 숨기지 않았다. 과거 이 나라 석유를 수탈해 막대한 이윤을 빼돌렸던 미국 에너지 대기업들이 좌파정부의 국유화 조치로 쭃겨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다시 베네수엘라 석유를 장악할 것임을 공표했다. 아울러 물가 폭등과 의료비 증가 등으로 국내에서 날로 인기가 떨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과의 군사충돌로 리더십을 확보하고, 나아가 11월 중간선거를 이기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세상이 생각대로 흘러가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침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노골적인 주권침해이다. 베트남 통킹만 사건이나 이라크 대랑살상무기 조작처럼 군사행동을 정당화할 명분을 만드는 일조차 생략해버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 명분이 없다거나 중국이 대만을 합병해도 할 말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밀레이나 이스라엘 네타냐후처럼 소수 극우진영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서방 국가조차 침공을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중남미에서 침공을 비판하는 입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도 비판적 입장을 밝혔고, 안보리도 곧 개최될 예정이다. 중남미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반미 감정이 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인들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미국 정치권에서 벌써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친미정권에게 권력이 이양될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넓은 영토와 상당한 무장력을 갖춘 국가를 미국 첨단 무기체계만으로 장악하기는 쉽지 않다. 부통령과 참모총장 등 베네수엘라 권력층이 호락호락 미국에 협조할 가능성도 없다. 트럼프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호언했지만,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재현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반감이 미국 안에 상당하다. 벌써 반전 시위가 열리기 시작했고, 미군 인명 피해가 난다면 침공 정당성은 내부에서 더욱 흔들릴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다수 국가들과 함께 무력침공을 반대하고 규탄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유엔 등 국제사회가 나서 더 이상의 무력사용이 일어나지 않고 주권과 정의의 원칙 아래 평화적으로 사태가 해결되도록 촉구해야 한다.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헌법 정신에 맞게 무력충돌과 전쟁의 불길이 더 번지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