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붕괴된 사다리, ‘근본적 재분배’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산 지니계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 평균 자산 증가율(4.9%)이 소득 증가율(소득 하위 20% 기준 3.1%)을 상회하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 중심의 실물자산은 5.8%나 폭증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보다 임대료, 이자 등으로 자산을 불리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순자산 상위 20%의 자산 중 80.2%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대한민국에서 자산 격차의 본질이 결국 ‘부동산 소유 여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세대를 비롯한 서민들은 성실한 노동으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극심해진 자산 격차를 완화하고 부의 세습을 차단하여 사회적 공정성을 회복해야 할 기제는 조세 제도, 그중에서도 상속세에 있다. 상속세는 자산 불평등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로 재분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상속세를 통한 재분배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다. 오히려 저항과 오해가 심하다.

5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상속세 관련 국민 여론조사’ 결과,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경우 상속가액 10억 원까지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응답자는 14.2%에 불과했다.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아 정보를 제공한 뒤에도 상속세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49.5%)이 찬성(39.6%)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가의 조세 정책이 부의 대물림을 막고 재분배를 실현할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진 자리에, 내 자산은 나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심리와 정부 정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산격차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파편화된 대책이 아니라 자산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과감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대중의 오해와 저항이 거세다고 피할 일이 아니다. 불평등 완화와 재정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에서 상속세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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