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 등 감사원 전현직 고위관계자 6명을 재판에 넘겨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과정에서 전자감사관리시스템을 조작해 결재 절차를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는 혐의다. 전 전 위원장이 자신을 사퇴시키려 무리하게 표적감사를 했다고 최 전 원장 등을 고발한지 3년여가 지나서야 사건이 마무리됐다.
공수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최 전 원장 등은 2023년 6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결재를 거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확정·시행했다. 전 전 위원장이 잘못한 게 없는데도 마치 부정을 저지른 것처럼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절차까지 건너뛰어버린 것이다. 특히 이를 위해 감사원 전자감사시스템을 조작해 주심위원의 열람·결재 버튼을 삭제해버리기까지 했다.
당시 주심 감사위원은 내란 사건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다. 조 전 주심 감사위원은 202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전 전 위원장의 감사보고서가 자신의 결재 없이 불법적으로 공개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공수처의 수사는 사실상 조 전 감사위원의 주장을 확인한 수준이다. 결정적 증언이 나왔는데도 공수처는 사건을 2년도 넘게 끌다가 이제서야 공소제기를 요청한 것이다.
공수처가 미적대는 사이 감사원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검찰과 함께 윤석열의 ‘친위대’ 역할을 자처했다. 감사원이 야당과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들을 표적감사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일이 계속 일어났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월성원전 폐쇄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들은 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반면에 대통령 관저 이전과 불법 공사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않는 감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 전 감사원장이 감사원에 대해 대놓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했으니 말을 다했다.
감사원이 국정을 감시해야 할 헌법기관의 기능을 저버렸다면 이를 견제해야 할 공수처 역시 그 역할을 못 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표적감사’에 대해선 혐의를 찾지 못했고 조 전 감사위원에 대한 감사원 수뇌부의 보복성 허위 수사요청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 기간 사정기관들은 완전히 망가졌다. 검찰도 감사원도 공수처도 제 역할을 한 곳이 없다. 이들 기관을 바로 세우고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일은 나라를 정상화하는 중요한 축이다. 최 전 감사원장과 유 전 사무총장 등에 대한 엄벌은 ‘최소한’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