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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교유착 합수본, 성역은 없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의 정치권 유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이 공허한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번 합동수사는 정치적 눈치나 제도적 핑계 없이 철저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

정교분리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이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자, 종교권력이 국가권력과 결합해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특정 종교단체가 조직과 자금,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단순한 불법행위를 넘어 헌법 질서를 흔드는 중대 범죄다. 신앙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그동안 제기돼 온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치권 로비, 금품 제공,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년간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이유는 정치권과 권력기관의 미온적 태도, 그리고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미뤄온 책임 회피에 있다. 그런 점에서 검사장급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47명 규모의 합동수사본부 출범은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현재 여야는 관련 사안에 대한 특검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 논의가 수사의 출발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 정치적 셈법과 합의 과정을 이유로 진상규명이 지연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직무유기다. 검찰과 경찰은 "특검이 결정되면 보자"는 태도가 아니라, 지금 당장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체 규명에 나서야 한다. 합동수사본부 출범의 의미는 바로 그 '즉각성'과 '의지'에 있다.

이번 수사는 정교유착이라는 구조적 문제, 정치권력이 종교 조직을 동원하거나 종교권력이 정치에 개입해 온 관행 전반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성역 없는 수사, 정치적 고려 없는 수사만이 정교분리 원칙을 현실의 제도로 만들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때를 기다릴 여유'는 없다. 지금, 바로 수사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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