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국가 권력이 공포를 통치 수단으로 삼을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또다시 목도하고 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3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은 단순한 우발 사고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무차별적 이민 단속, 과잉 집행, 실적 지상주의가 낳은 예고된 참사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이민 단속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복면을 쓴 연방 요원들이 표식 없는 차량으로 시민을 포위하고, 도주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실탄을 발포해 생명을 빼앗았다. 국토안보부는 ‘방어 사격’과 ‘테러 행위’를 주장하지만, 현지 시장과 경찰은 “무모한 무력 사용”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장소 인근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미국 사회가 어렵게 되새긴 교훈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이민 문제를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삼아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혐오의 대상을 설정하고, 감금하고, 추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던져왔다. 그러나 대규모 추방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다. 수백만 명을 체포·구금·송환할 행정력과 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교도소를 다시 열고, 군사기지에 천막 수용소를 설치하며, 감시와 단속을 일상화하고 있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공포 정치다.
더욱 위선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미국 자본주의가 이주노동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농장과 호텔, 건설 현장에서는 단속 공포로 노동자들이 출근을 포기하며 심각한 인력난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강경 기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두려움 위에 권력을 세우려는 통치 전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위험한 폭주를 제어할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사법부는 단속과 급습에 면죄부를 주고 있고, 공화당 정치인들은 중간선거를 의식해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다. 연방 권력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제도적 견제는 실종됐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 시민사회의 각성뿐이다. 범죄자 추방과 무차별 폭력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복면을 쓴 요원이 거리에서 시민을 사살하는 나라를 ‘위대한 미국’이라 부를 수는 없다. 트럼프의 이념적 선동과 살인적 단속은 결국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물고, 더 깊은 분열과 폭력을 낳을 뿐이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공포로 통치하는 권력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끝없는 살인행각과 혐오 정치에 대해, 미국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도 단호히 규탄해야 한다. 침묵은 공범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