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운명을 결정짓는 판결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등에 파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지시간으로 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0일 자정) 대법관들이 비공개회의를 통해 사건을 논의할 것이며 결정문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상호관세에 대한 재판이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다뤄져 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법원은 어떤 사건에 대한 판결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상호관세에 대한 적법성을 심리 중이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마약류 유통을 이유로 부과한 고율관세도 판단 대상이다.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IEEPA를 근거로 주요교역국에게 10%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는 IEEPA를 근거로 했다. IEEPA는 미국의 안보, 경제 등이 위협받는 비상상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등 광범위한 무역 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1, 2심은 모두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헌법상 관세 등 세금 부과는 의회의 권한인데 이를 대통령이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연방대법관들도 상호관세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대법원을 구성하는 9명의 대법관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6명의 보수성향 대법관들도 상호관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5일 진행된 구두변론에서 IEEPA가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에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 베팅 시장인 칼시(Kalshi)는 대법원이 현행 관세 조치를 그대로 인정할 확률을 28%로 전망했다.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2025.03.12. ⓒ뉴시스
만약 대법원이 관세 부과 권한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상호관세로 거둬들인 1,5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를 환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방대법원이 환급을 명령하지 않거나, 일부 규모에 대해서만 환급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환급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미국에서 제기된 기업들의 관세 반환 소송은 모두 914건에 달한다. 하나의 소송에 복수의 기업이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어 실제 소송에 나선 기업수는 이보다 더 많다.
만일 연방대법원이 환급을 명령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거부할 수 있어 이에 따른 혼란도 예상된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관련법을 활용해 지금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 나올 경우,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관세 수입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어 대표는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권한에 대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는 이번 소송 대상 아니라 유지된다. (불공정 무역관행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어떤 사람들은 무역법 122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수지 관련 권한이다. 이 모든 것이 논의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는 관세 부과를 위해선 일정한 기간의 무역 조사 절차가 필요해 즉각 관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 이에 무역수지에 따라 바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무역법 122조는 부과할 수 있는 관세 수준을 15%로, 부과 기간을 150일로 한계를 두고 있어 임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이에 어떤 법적 권한을 활용하든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예상되지만, 결국 지금의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명확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 관세 환급에 따른 주식, 채권, 외환 시장에 대한 충격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떤 경우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적으로 관세를 환급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관세 환급이 결정될 경우 미국 연방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와 투자심리가 정체되고, 달러 약세, 미국 국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 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