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 “업종별 교섭으로 초기업 산별교섭 준비하겠다”

14기 집행부 임기 첫 인터뷰 “노동조합의 기본기를 바로 세우겠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 민주노총의 노정 대화 및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 노조법 2·3조 개정안 3월 시행, 대미투자 타결로 인한 산업기반 공동화 우려 등 노동계와 노사·노정관계는 2025년과 2026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당선된 박상만 금속노조 14기 위원장은 변화의 한복판에서 1일 임기를 시작했다. 시무식과 인사 발령 등으로 바쁜 박 위원장을 7일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만났다. 12기와 13기에서도 노조 임원을 역임한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에두르지 않고 경험을 토대로 쉽게 답했다.

박상만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07 ⓒ민중의소리

선거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기본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한 박 위원장에게 의미를 물었다. 그는 “금속노조가 이전만큼 조합원들의 삶과 현장에 직접 연관이 있는 의제를 만들고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못 한 것 아닌가”라고 성찰하면서, 특히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 절차를 지적했다.

과거엔 아래로부터 충실히 토론해서 요구안을 모아내고 사업계획과 별도 대의원대회를 통해 교섭안을 확정했다는 것. 박 위원장은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하는 임시 대의원회를 별도로 하지를 않고, 연초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예산안과 확정한다”면서 “정규직 간의,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충분한 토론이 없는 상태에서 요구안이 확정되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교섭을 진행한다”고 짚었다.

박 위원장이 중앙과 현장이 함께 교섭과 투쟁을 했던 사례로 든 것은 7기 집행부의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이었다. 그는 “완성차가 주간연속2교대제를 해야 부품사도 하니까 공동 총파업도 하고 성과가 있었다”면서 “이후엔 통상임금 투쟁 때 약간 외에는 공동투쟁 의제를 노조가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궁극적으로는 산별 중앙교섭 체제로 가서 초기업 교섭으로 가야 된다.
우선 업종분과위를 활성화해서 교섭을 추진해보자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초기업 교섭 활성화로 산별노조를 재설계하겠다”면서 “산별교섭 또는 초기업 교섭을 재추진하기 위해 금속노조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별노조는 정치세력화와 함께 민주노총 30년을 이어온 핵심노선이지만, 교섭부터 벽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산별노조 자체를 재검토하자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박 위원장은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궁극적으로는 산별 중앙교섭 체제로 가서 초기업 교섭으로 가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해온 중앙교섭-지부 집단교섭-지회 보충교섭 체계로는 산별교섭을 만들어 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먼저 업종분과위원회가 있으니 이를 활성화해서 교섭을 추진해보자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정부에서 원청과도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를 하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나.”

제조산별을 지향하는 금속노조는 내부에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등 업종분과위를 두고 있다. 자동차가 제일 조합원 비중이 크고, 전자가 가장 작다. 업종별로 교섭과 공동투쟁을 시도해 수준을 높여가자는 게 박 위원장의 구상이다. 지난 13기에서 철강 담당 부위원장을 한 박 위원장은 “교섭까지는 다 못 해봤지만 공동투쟁의 경험을 상당히 쌓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런 고민에는 현재 금속노조 중앙교섭의 현실이 놓여 있다. 박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금속노조 480여 개 사업장 중 중앙교섭 참여 사업장은 100여개 이상에서 현재 69개 수준으로 줄었다. 해당 조합원도 1만8천여명에 그친다고. 14만 조합원 중 대다수가 중앙교섭에서 벗어나 별도로 교섭한다. 박 위원장은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 동안 교섭했는데 해당되는 조합원은 적다”면서 “당연히 노조나 선거에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 노조의 교섭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규약에 있던 단체교섭실을 부활시켰다고. 기존 중앙교섭은 정책실에서 그대로 담당하고, 업종분과 교섭을 신설 단체교섭실에서 담당해 노조의 지원을 강화하고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려 한다고 박 위원장은 설명했다.

박상만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07 ⓒ민중의소리

2009년 쌍용차 파업으로 불붙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되고 3월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하청도 원청 사용자에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게 핵심인데, 첫 관문이라 할 교섭을 두고 노사정 3자 간 이견이 상당하다. 노동부는 시행령을 통해 현재 노사교섭처럼 ‘창구단일화’를 기본방침으로 정하고, 원하청 간 창구단일화도 규정했다. 노동계에선 사실상 법 개정 무력화이자 교섭 봉쇄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에도 많은 비정규직 조합원이 있고, 현대제철, 조선하청 등은 노조법 개정 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법 통과되고 현장 조합원들은 기대를 많이 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부분은 담지를 못했더라도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동부에서 준비하는 시행령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구단일화는 윤석열 정권 당시에도 법 개정에 대비해 경총에서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서 박 위원장은 “이러다 ‘문어게인’이 되는 거 아니냐, 죽 써서 누구 줬다는 식의 비속어도 많이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법 2·3조 개정안 3월 시행, 창구 단일화 비판
“일단 해보고 정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 직속 TF를 만들어 논의할 수 있다”


기업과 보수언론은 창구단일화 안 하면 1년 내내 교섭하고 파업한다고 엄살을 피우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교섭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사측이 하청을 만든 것”이라며 “지금 교섭 시작도 안 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일단 시작을 해보고 정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 직속 TF를 만들든 해서 논의를 할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남발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파업권을 받는다고 무조건 다 파업하는가”라며 “여유가 있는 정규직은 그나마 파업을 쉽게 할 수 있다지만, 형편 어려운 비정규직은 파업권 얻어도 파업하기 쉽지 않다. 사측을 압박하고 힘의 균형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 노동자들이 파업 좋아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노정대화나 국회 사회적 대화 등이 추진돼 새해엔 본격화한다. 박 위원장은 대화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름이 아니라 실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처럼 이름만 있어선 안 되고, 산별교섭이라든지 초기업교섭이 돼야 한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하에 대화하자면 노조도 충분히 응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노총 중앙위에서 사회적 대화 찬성 입장이었다. 사회적 대화 기구는 민주당이 야당 때 우원식 의장이 만든 것인데 정권도 바뀌었으니 한번 해볼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초기업교섭이나 산별교섭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노조법 2·3조 개정도 비정규직 차별을 극복하자는 노력의 연장선이다. 금속노조도 중앙과 현장에서 투쟁을 적극 벌여왔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한번 비정규직이면 낙인이 찍혀 다시는 정규직이 될 수가 없다”며 “20대부터 30대 중반 사회 초년기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 평생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된다”고 개탄했다.

이런 구조적 차별을 극복하는 것도 결국은 투쟁이다. 박 위원장은 “비정규직 전반에 영향을 미칠 길을 뚫는 역할을 조직력을 가진 금속노조가 해야 한다”면서 특히 당진공장에 2천여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을 가진 현대제철지회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 차원에서 집중적인 연대와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지난해 대미투자 협정이 타결되면서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기반이 미국으로 옮겨가 결국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박 위원장은 “노조 선거운동하며 울산이나 경주에 다니면서 벌써 우려가 많았다”며 “총고용 보장에 대해 대정부 요구안도 만들 것이고, 자동차분과 내의 부품사소위원회에서도 대응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등 호황을 맞고 있는 조선업에서 이주노동자가 급속히 늘면서 전체 노동자의 처우가 악화되고, 중대재해 예방도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기업 측은 ‘이주노동자 없으면 배를 만들 사람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조선업에서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이주노동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정부에서 무대책으로 방치하는 것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험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적다. 자본은 인건비를 더 적게 지급하고 생산량을 맞추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수익을 비교하면 충분히 적정임금을 지급하면서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음에도 안 하고 있다”면서 “조선 조합원들에게 조선 경기는 굉장히 사이클이 짧으니 호황일 때 체계적으로 준비를 갖춰놔야 한다고 말한다. 경기가 안 좋은 시기가 오면은 구조조정하려 할 것인데 그러기 전에 제도적인 장치, 단체협약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파견으로 지적된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하던 120명의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직후 해고돼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측은 불법파견을 법적으로 제기하지 않으면 근속을 일부 인정해 채용하는 ‘발탁채용’을 했으나 노동자들은 거부하고 투쟁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사측이 퇴사 위로금을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올렸다고 한다”면서 “불법파견으로 체불임금을 다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노조가 정기 대의원대회를 치르면서 준비해 전면적으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사측은 불법파견 사과하고, 체불임금 지급과 정규직 채용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GM 세종물류센터 조합원 120명 해고
“불법파견 체불임금 피하기 위한 것, 노조가 전면 투쟁에 나설 것”


박상만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07 ⓒ민중의소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노선, 선거방침 문제는 노조로서는 곤혹스러운 사안이다.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되고 난 후에 진보정당을 가입을 안 했다”는 박 위원장은 “노동자 주도하에 진보정당을 만들면 다시 활동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4개의 진보정당을 조합원 당신이 알아서 판단해서 찍으라고 선거방침을 내려보낸다는 게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 완성차 쪽에는 민주당으로 활동가들이 많이 갔다”면서 “진보정당 통합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안 되니 조합원들도 관심이 낮아지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조라도 통합적으로 운영하자는 생각으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의견그룹을 섞어서 노조의 핵심보직인 실장을 인선했다고 말했다.

최근 노조 조끼를 입고 롯데백화점 매장에 갔다 탈의를 요구받은 사건이 파문을 일으켰다. 당사자도 금속노조 비정규직 조합원이었다. 비판 여론에 롯데 측이 사과했으나 최근에는 젊은층에서 노조 혐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박 위원장은 “저도 여기 강북삼성병원에 병문안 가서 경비가 조끼 벗으라고 해서 한참 실랑이 벌인 적이 있다”면서 “빨간 조끼 입던 시절부터 민주노총 활동했는데 전보다 오히려 혐오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문제가 심하다. 정부에서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금속노조도 젊은층에 노조 역할 알려내고, 노조에 가입해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선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오바마나 바이든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이재명 대통령도 노조 가입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새해를 맞아 조합원들에게 박 위원장은 “노동조합 기본기를 회복해서 교섭체계부터 만들겠다. 우리나라의 시민의 그리고 노동자들의 방패가 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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